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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로부터 기자가 직접 받은 장미꽃. 포장지에 꽂혀 있는 '장미꽃 편지'에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장미꽃을 한 아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이 인쇄돼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
#지난해 3월7일 국회에 '꽃을 든 남자'가 등장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였다. 이 날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노 원내대표는 청소 노동자·정의당 당직자·국회 출입 여성 기자들까지 국회 안을 돌아다니며 여성들에게 여성 참정권을 상징하는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물했다. 2005년부터 서거한 지난해까지 국회의원 인생 14년 동안 매년 3월이면 노 원내대표는 '장미꽃을 든 남자'가 됐다.
노 원내대표는 세상을 떴지만 올해 '3월8일'도 국회에 장미향이 가득했다. 이번엔 노 원내대표 후임인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꽃을 든 남자' 역할을 맡았다. 윤 원내대표도 전날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국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국회 안 여성들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장미꽃을 한 송이씩 전달했다.
UN이 1975년 기념일로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에 장미꽃을 주고받는 풍습은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서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를 외친 데서 비롯됐다. '빵'은 여성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과 노조 결성권을 뜻한다. 매년 3월8일 주고받는 장미꽃은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축복하고 진정한 권리를 찾도록 북돋는 의미를 갖게 됐다.
윤 원내대표가 노회찬재단과 함께 마련한 꽃송이에 꽂혀 있던 '장미꽃 편지'에도 이같은 뜻이 담겼다. 장미꽃 편지가 적힌 쪽지에는 노 원내대표가 꽃다발을 한 송이 가득 들고 활짝 웃는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편지는 이와 함께 "노회찬 의원이 14년 동안 매년 해왔던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장미꽃 전달'을 노회찬재단이 이어가려 한다"고 적혀 있었다.
노회찬재단은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이 처해 있는 성차별적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며 "여전히 법 제도의 개혁은 더디고 일상 생활의 변화는 요원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통해 한국 사회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재생산권을 수호하며 미투 이후에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노 원내대표는 생전 정치 인생 동안 장미꽃이 담고 있는 의미처럼 여성의 삶을 평등하게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일례로 17대 국회의원이 돼서 두번째로 발의한 법안이 남성 중심적 호주제를 폐지하는 민법 중개정안이었다. 이듬해 발의한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 및 증명에 관한 법률안'으로 호주제 폐지에 따른 신분 증명 대책도 마련했다.
노 원내대표가 제안한 것들이 지지 정당이나 정치 성향에 따라 다소 진보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지만 점차 정치권에서도 정당에 관계없이 그의 유지를 따르는 모습이 나타났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에는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캠프 출입 여성 기자들과 당직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지난해 3월8일에는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의 모든 여성 직원들에게 장미꽃을 줬다. 청와대는 올해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여성 직원들과 여성 출입기자들에게 장미꽃을 돌렸다.
국회에서도 전날 윤 원내대표에 이어 이날 각 정당마다 여성 당직자들이나 여성 의원들, 여성 출입기자 등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노 원내대표가 여러 명이 돼 장미꽃을 한 아름 들고 돌아온 것 같은 풍경이다.
이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장미꽃을 든 남자'로 변신해 당 내 여성 의원들과 당직자 등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한 여성 중진 의원은 "아침에 의원실에 가보니 얼핏 봐서 20송이 정도 되는 장미 꽃다발이 도착해 있었다"며 "홍 원내대표가 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여성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시작 전 회의에 참석한 여성 의원들에게 송이가 큰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물하며 세계 여성의 날을 자축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성의 문제는 단순히 삶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문제이자 인류의 문제이고 여성의 가치는 나누기와 대결이 아니라 더하기와 포용"이라며 "앞으로 한국당이 양성 평등·유리천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때까지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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