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사퇴, 운명의 시간 저녁8시..文 대통령 교감했나

[the300]여론악화에 靑 지명철회 가능성 제기, 安 돌파의지 접고 자진사퇴 가닥

'여성비하·허위 혼인신고' 등의 추문에 휩싸인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16일 오후 8시경 자진사퇴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 11시 해명 기자회견만 해도 "기회를 준다면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검찰개혁을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악화된 여론에 부딪치자 약 9시간만에 물러나는 퇴로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는 오후 8시30분께 자진사퇴 의사를 공개했다. 비슷한 시각 청와대에도 이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 청와대와 어떤 식으로든 입장 조율이 있었고 사퇴 발표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사퇴의사가 전달된 걸로 보인다.

17일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를 종합하면 전날 여권 핵심부는 안 후보자 거취를 두고 종일 고심을 거듭했다. 하루전(15일) 터져 나온 '도장 위조 혼인신고'의 파장이 적잖았다. 16일 오전 11시 안 후보자 해명회견도 먹히지 않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회 참석차 제주를 다녀온 문 대통령은 오후 5시 10분 김부겸 행자부장관 등 청문회를 통과한 세 장관에 임명장을 줬다. 이 자리에서 안 후보자 관련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을 모았으나 문 대통령은 '안'이란 글자도 꺼내지 않았다.

오후 7시께 상황이 달라졌다. 청와대 관계자가 국민이 납득 못할 의혹이 있다면 지명철회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공식입장은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자진사퇴는 물론 지명철회란 '초강수'까지 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었단 방증이다.

청와대는 오후 7시30분, 이에 대해 해명 입장을 내 "공식입장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청문회까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가 지명철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이미 보도된 상황. 안 후보자에겐 일종의 시그널이 됐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지명철회란 청와대도 부담이지만 당사자 명예에 크게 상처가 나는 일. 후보직 유지가 어차피 어렵다면 양쪽 상처를 최소화하는 길은 자진사퇴다.

사퇴 여부와 결정 시기를 두고 청와대와 안 후보자 사이 온도차도 있었다. 안 후보자는 오전 회견처럼 청문회를 통해 국민판단을 구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그러다 사퇴가 최선의 수습책이란 판단에 동의하면서 뜻을 접었다. 그리고는 짧은 사퇴 메시지를 정리해 공개했다. 

오후 7시30~8시30분 약 한시간 사이 안 후보자의 거취가 결정된 운명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여권에선 "그만한 결정을 안 후보자가 독단으로 했겠느냐"며 청와대와 어떤 식으로든 교감했을 것으로 봤다. 문 대통령이 받을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명분도 컸다는 후문이다.

앞서 안 후보자는 16일 오후 "문재인 정부의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라며 법무부장관 후보직을 사퇴했다. 허위 혼인신고, 저서에 밝힌 여성관 문제 등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후 11시를 넘겨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안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개혁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다시 물색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