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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 폭포처럼 떨어지는데…" 정치테마주 허상

[the300][런치리포트-대선주자 사용설명서: 대선 테마주]②지지율 따라 주가도 급전직하

해당 기사는 2017-02-1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지지율과 '반기문 테마주'의 하나였던 광림 주가/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콘텐츠업계에 종사하는 김모(29)씨가 주식 계좌를 만든 것은 순전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때문이었다. 정치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김씨에게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는 수익이 보장된 투자처처럼 보였다. 반 전 총장의 입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들썩이는 테마주 차트를 보며 김씨의 마음도 덩달아 설렜다.

 

김 씨가 ‘반기문 테마주’의 대장주 격인 A사 주식과 성과급을 맞바꾼 것은 지난 연말이었다. 하지만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루하루 내려가자 A사 주가도 같이 빠졌다. 김씨는 "가 보지도 못한 이과수 폭포의 떨어지는 물줄기가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20여일의 대권 도전 행보를 하다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이미 A기업의 주가는 수차례 하한가를 맞은 터였다. 속절없이 빠지는 주가에 손절매조차 못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 반등만을 기다리고 있던 김 씨에게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와 같았다. 살 때 주당 1만원이 넘던 주가는 2000원 언저리까지 밀렸다.

 

김 씨는 "반 전 총장을 만나면 ‘당신은 이제 유엔 사무총장도 아니고 외교부 장관도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노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물론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지만 김 씨와 같은 심경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역시 테마주 투자에서 호되게 당한 회사원 강모(36)씨도 마찬가지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반 전 총장은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밝혔다. 2017.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 씨는 김 씨보다는 투자 이력이 길다. 테마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 만큼 안다. 하지만 역시 반 총장 테마주에 걸려 손해를 봤다. 강 씨는 "주식투자를 해 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라며 "테마주는 한번 올라타면 그 다음부터는 ‘폭락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조차도 ‘뜨거운 주식이니 더 사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테마주의 허상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옷감의 씨줄날줄처럼 모든 시나리오가 복잡하게 얽히는 정치판과 주식이 만난 터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모든 시나리오가 주가와 맞물려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거도 없는 인맥으로 형성됐다는 소위 '대선 테마'를 믿고 큰 돈을 투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치테마주는 주가예측이 특히 어렵고 정치상황이 조금만 변화해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으므로 이미 주가가 오른 종목에 따라들어가는 식으로 매수할 경우에는 큰 손실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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