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석·위증과 싸운 국조특위, 시민들이 메운 최순실 빈 자리

[the300]15일 국조특위 1차 활동기한 종료…9일이 사실상 '결산 청문회'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7차 청문회가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자리가 텅빈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2017.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0일간의 활동기한 종료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마지막까지 '불출석 증인'으로 맥이 풀렸다. 

9일 열린 국조특위 제 7차 청문회에는 채택된 증인 20명 중 단 4명이 참석했다.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만이 오전 청문회에 자리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위증죄로 고발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국조특위의 동행명령장 발부 소식에 마지못해 오후 청문회에 참석했다. 구순성 청와대 행정관도 뒤늦게 출석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은 불참했다. 당초 참석키로 했던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박 대통령의 미용사인 정송주씨와 동생 매주씨도 입장을 바꿔 불출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증인'으로 꼽히는 이들이 모두 불참하자 위원들은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국조특위는 활동기한 내내 중인들의 불출석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썩였다. 11월30일 첫 기관보고에서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관계자들이 불출석하며 삐그덕거리기 시작한 뒤, 12월7일 열린 청문회에 최순실씨와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 조카 장시호씨, 최씨의 딸 정유라씨 등이 대거 불참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김성태 국조특위원장은 동행명령장 발부와 특위 차원의 고발 등을 통해 불출석 증인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이에 응해 출석한 증인들은 손에 꼽을만큼 극소수였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 국회는 검찰에 고발하거나 도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 국회모욕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그나마 출석한 핵심증인들도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난달 7일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모른다", "아니다"는 답변만 되풀이해 공분을 샀다.

우병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최순실씨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최씨의 국정농단을 묵인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수사를 방해했다거나 K스포츠재단에 롯데그룹의 압수수색 정보를 누설했다는 등의 의혹 제기에도 칼같이 부인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정유라씨의 입시비리 및 학점특혜 의혹에 대해 전면부인했다. 최 전 총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조직적으로 특혜를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전 학장은 "당시 정유라가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강변했다.

국조특위가 '회심의 카드'로 내민 두 차례의 현장 청문회도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청와대 현장청문회는 청와대 경호실의 강경한 거부로 경내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국회의 '초라한 위상'만 확인했다. 지난 26일 열린 19년만의 구치소 현장청문회 역시 최순실의 '모르쇠'로 끝났다.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이자 청와대 전 자문의인 김영재 원장의 병원을 찾은 국조특위 위원들이 세월호 당일 진료차트의 사인이 평상시와 다르다는 의혹을 찾아낸 것이 '현장청문회'의 성과라면 성과다.

'위증' 의혹도 당연하다는 듯 뒤따랐다. 지난달 22일 청문회에 출석한 조여옥 전 청와대 간호장교는 귀국 후 기무사나 청와대 관계자, 군 관계자 등을 만나지 않았다고 답변했지만 계속되는 추궁에 결국 귀국 후 동기인 간호장교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국회출석을 밝히기 위해 국방부 국외교육장교 및 군 인사사령부와도 연락을 취했다고도 인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정유라 이대특혜'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남궁 전 처장 등의 고발을 국회에 요청했다. 특검 수사과정에서는 최순실씨를 전혀 모른다던 최 전 총장이 최씨와 수십차례 긴밀히 통화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전 학장은 '학점특혜'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다. 국조특위도 앞서 3일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부인한 조윤선 장관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이밖에 특위 새누리당 간사를 맡은 이완영 의원의 경우 K스포츠재단 관련 위증교사를 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위원에서 사임되는 사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기관보고에서부터 7차례에 걸친 청문회가 지상파 등을 통해 생중계되며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참여도는 높았다. SNS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우 전 민정수석은 집을 비워 국회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전달받지 않는 '꼼수'로 청문회를 피했다. 요구서를 출석요구일 7일 전에 받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 분노한 누리꾼들은 우 전 수석의 '현상수배' 사진까지 합성해 만들며 소재 파악에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까지 현상금 100만원을 내걸며 국회가 동조하자 궁지에 몰린 우 전 수석은 지난달 22일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기춘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버티다가 결국 "이름은 못들었다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꾸게 한 것도 시민들의 제보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를 통해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에서 최씨에 대해 언급된 부분을 제시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법률자문고문으로 그 자리에 배석해 있었다. 김 실장은 "죄송하다. 나이가 들어 잊었다"고 사과했다.

이밖에 우 전 수석의 장모와 최씨가 골프를 함께 치는 막역한 사이라는 증언,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우 전 수석 가족회사 '정강'의 이정국 전무, 이완영 의원이 같은 향우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증언 등이 시민제보를 통해 청문회에서 공개됐다.

국조특위는 오는 15일 1차 활동기한이 종료된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의지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9일 국조특위는 활공기한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조특위는 본회의 의결을통해 1차례에 걸쳐 30일간 연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활동기한 연장에 부정적이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성태 특조위원장은 "이번주 중 조속히 4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합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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