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까지 결혼 안 하면 부모를 처벌하시오"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사천=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9일 경남 사천시에서 12년만에 건강한 신생아가 탄생해 화제다. 사진은 탄생 주인공, 사천읍 김모 부부의 셋째 아기(여·3.16㎏) 모습. 2023.12.14.(사진=사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 1443년 5월 세종대왕에게 사간원의 상소가 올라갔다. 나이가 서른, 마흔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한 백성들이 많으니 나라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세종은 한성부(서울)와 지방에서 일제히 실태조사를 벌여 결혼 적령기를 넘긴 이들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이들이 있으면 혼수를 지원토록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훈훈한 이야기다. 그러나 당시 상소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논란의 소지가 큰 내용도 담겼다.

가난하지 않은데도 딸을 결혼시키지 않은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는 훗날 순화돼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 '궁핍하지 않은데도 딸이 결혼하지 않으면 가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의 조항으로 반영됐다.

경국대전을 완성한 성종 역시 이런 이유로 전국의 노처녀를 전수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참고로 당시 노처녀의 기준은 25세였다. 조사 결과, 가난해서 딸을 늦도록 결혼 못 시킨 집에는 혼수에 보태라고 쌀과 콩을 내어줬다. 양반에겐 10석, 양인에겐 5석씩이 주어졌다. 이후 영조 땐 지원 대상을 노총각으로까지 넓혔다.

#2. 조선이 백성들의 결혼을 장려한 건 생산력과 군사력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인구가 필요해서였다. 이런 인식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로마에선 싱글들에게 독신세를 물리고, 심지어 상속까지 금지시켰다.

13세기 프랑스, 15세기 오스만제국도 독신세를 도입했다. 17세기 영국에서도 25세 이상 미혼자에게 세금이 부과됐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도 나이 든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그 부모에게 벌금을 물렸다.

현대의 기준에서 보면 개인의 의사를 무시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서구에서 자유와 인권의 개념이 확산된 근대 이후 독신세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대신 20세기 소련 등 일부 동구권 국가에선 '무자녀세'가 도입됐다. 이 역시 난임부부의 사정 또는 출산을 원치 않는 이들의 자유를 무시한 폭압적 정책이긴 마찬가지다.

#3.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명이었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대체출산율(2.1명)의 3분의 1이다. 세계 최저 수준으로, 이 추세대로면 2700년쯤엔 대한민국은 사라진다.

우리나라 저출산 또는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은 늦은 결혼과 그에 따른 늦은 첫 아이 출산이다. 첫 아이를 40대 중반 이후에 낳은 뒤 둘째, 셋째를 가지긴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 서울에서 전셋집 하나 얻을 정도의 경제적 기반을 닦고 나면 어느덧 마흔 가까이 되는 게 현실이다.

진화생물학에선 늦은 출산의 이유로 '생애사 이론'(Life History Theory)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어떤 동물이든 미래 예측 가능성이 낮은 불안한 환경에선 번식을 일찍 하려고 한다. 나중에 상황이 더 나빠져 자손을 남길 수 없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반대로 예측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 환경에선 번식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나중에도 충분히 자녀를 낳고 기를 조건이 된다면 굳이 서두르지 않는단 얘기다. 첫 출산이 늦어지면 자연스레 출산율은 떨어진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합계출산율 최상위권은 멕시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룩셈부르크, 핀란드, 스위스 등 부자나라들의 출산율은 하위권이다. 물론 선진국의 높은 교육 수준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한몫했다.

그렇다고 출산율을 높이려고 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낮춰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 순 없는 노릇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저출산 추세는 피할 수 없다. 출산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생물로서의 본능에 따른 행동이다.

정부가 어찌 인간의 본성을 바꾸겠나. 국가 소멸을 막으려면 이민 확대 외엔 답이 없다. 문화적 충돌, 종교적 갈등 등 부작용을 최소하면서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방법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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