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해군 초계기, 日 대마도 상공 영공 침범"

동경 129도43분, 북위 34도45분(침범). 동경129도45분, 북위 34도43분(퇴거). 1990년 4월 일본 외무성이 우리 외무부(현 외교부)에 전달한 한국 해군 대잠초계기 S-2의 좌표 두개다. 일본 측이 주장한 좌표와 시간상으론 우리 초계기가 43초간 일본 영공을 뚫고 대마도 동방 상공을 날았다. 외교부가 작성 이후 30년이 지난 외교문서의 비밀을 해제하기 전까진 일반 국민은 몰랐던 일이다. 기자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에게 해당 문서를 읽어주니 일본 측의 일방적 주장일 수도 있지만 사건 내용, 처리 방식 모두 놀랍단 반응이 나왔다.

1990년 4월 일본 측은 자위대 군용기가 급발진한 상황에서도 "표면화를 원치 않아 문서가 아닌 구두로 요청한다"며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우리 측도 "노태우 대통령 방일이라는 대사를 앞뒀다"며 사건을 비공개 처리했다.

지금은 영공 바깥 완충지대로 주권이 미치지 않는 방공식별구역만 뚫려도 각국 군 당국이 발표하고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의 경우 영공이 타국 군용기(귀순 목적 제외)에 의해 침범당한 건 2019년 러시아의 독도 영공 비행이 처음이었다. 그때 우리 군은 6·25 이후 처음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국방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2019년 공해상에서 우리 해군이 북한 선박에 대한 인도적 구조작전을 수행하던 와중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비행을 했다며 국방부가 유튜브에 공개했던 영상.
한일 어느 쪽이 지금 타국 영공을 뚫었다는 주장이 나오면 미국발 도청 논란급 진실공방으로 비화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공론의 장이 커진 오늘날 중대 안보 현안을 두고 '밀실 합의'가 가능한 폭도 이제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019년 공해상에서 있었던 일본 자위대 초계기의 우리 해군 함정 저공 위협비행 사건 처리와 관련해 "실무 협의를 수차례 해 왔다"면서 "위협비행은 맞는다"고 했다. 그 배에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초개같이 버릴 각오를 갖춘 해군 장병이 타고 있었다.

국방부의 본령인 군정(軍政)의 정(政)은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 시작은 가족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라고 한다.

한일 안보 협력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이 장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 일본과 힘을 합치면서도 50만 장병의 자긍심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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