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결 같은 부결, 이재명 결단에 쏠리는 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예상된 결과다. 그러나 디테일은 예상을 벗어났다. 무기명 투표 결과 297명 중 139명이 찬성, 138명이 반대했다. 기권은 9표, 무효는 11표였다. 6명의 정의당이 사전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을 고려하면 다수당인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주말 장외투쟁까지 동원하며 표 단속에 나섰던 당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은 체포동의안이 부당하다는 점을 총의로 분명히 확인했다며 이날 오전까지도 '압도적 부결'을 예상했다. 사전에 체포안 반대를 표명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민주계열의 소속 의원 5인까지 포함해 175표 전후의 부결을 예상해왔던 터다.

당이 대표의 개인 스캔들을 끌어안는 데 대한 우려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과 수도권의 표심 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미 야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 송금 혐의 등 다른 사건을 두고도 소환조사부터 절차를 밟아갈 태세다.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두고 또다시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가 거취를 두고 결단을 내릴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별다른 묘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대선 때 앞세웠던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아직까지 재활용하는 형편이다. 최근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의 울산 땅 투기 의혹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지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새롭게 얹었지만, 국면 전환까지 끌어낼 수 있을진 미지수다. 체포동의안 상정을 전후해 이 대표 사퇴론과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가 화두에 올랐던 배경이다.

이날 표결에선 총 20표의 기권표와 무효표도 나왔다. 찬성으로 집계되지 않지만, 반대도 아닌 이른바 '소심한 반란표'다. 이 대표가 내릴 결단과 향후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대처가 늦어질수록,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분위기는 들끓을 수 있다. 가볍게 넘겼다가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날 표결 결과에 담긴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오문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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