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두 찬성하는 '쟁점법안'?…'K칩스법'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하 K칩스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가 뛰고 있음에 비춰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K칩스법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적으론 해당 법안에 부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게 이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22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세액공제율을) 저희는 10%, 국민의힘은 20% 얘기했는데 정부가 윤 대통령이 승인한 8%를 그냥 관철시켜서 한 것 아닌가"라며 "국민대표를 무시하는 것이고 가정집 살림도 이렇게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야당이 K칩스법을 정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신 의원은 지난 14일 조세소위 직후 "대체적으로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전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전략산업과 관련 (세액공제율이) 정부가 내놓은 15%를 상회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주장도 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역시 K칩스법 통과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 원래 의중이 그랬단 얘기다.

기재부가 당초 세액공제율 8%를 주장한 것은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 개정안을 논의 중이었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낮추는데 세액공제율을 올리는 것은 부담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 수준이 1%포인트로 줄어든 만큼 이젠 기재부도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기재부와의 교감 아래 이뤄진 면도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세제지원 확대를 해야겠다는 검토를 12월에 하고 있었다"며 "대통령 말씀 3일 전 기자실에서 세제지원 확대를 최종 결심이 서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종합하면 K칩스법은 반대가 없는 법안이다. 모두가 원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는 건 여야 간 기싸움 때문이다. 치열한 국가간 반도체 경쟁의 현실을 고려해 여야 모두 국익을 위해 잠시라도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어떨까.

안재용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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