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순실특검법'의 민낯

[the300]

"대통령이 수사의 주요 대상으로 사실상 돼 있는 사건이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이라 생각되고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16일 '최순실 특검법' 논의가 이뤄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이 법안은 발의 때부터 수사대상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잉태한 상태였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특검후보추천권'의 중립성 여부와 '특검팀 규모'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승인을 거부한 ‘수사 기간’은 관심 밖에 있었다. '수사기간 연장 승인의 주체'에 대해선 논의조차 없었다. 국회의원 209명 명의로 발의된 이 법안은 그렇게 단 이틀만에 통과됐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도 있는 근거법을 만들면서 꼼꼼히 챙기기는커녕 정치적 명분만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애초부터 논란의 씨앗이 배태돼 있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여·야 모두가 최순실 특검법 발의 당시부터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특검의 기간을 보장해주려 했다면 진작 새 특검법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황 권한대행이 1차 책임자이긴 하지만 부실 법안을 만든 국회가 면책될 순 없다.


사실관계를 떠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국가 비상사태를 만들 수 있는 특검법을 제정하면서도 이같은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무능한 것이다. 알고도 안 했다면 직무유기다. 당장 야당은 새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진정성보다는 정치적 수사의 느낌이 더 강한 듯 하다. 단 한번에 완벽한 법안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쟁에 한 눈 팔다 정작 중요한 이슈를 놓쳐 국가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것은 이제는 막아야한다. 뚝딱 만들었다가 논란이 되면 고치고 아니면 누군가 피해를 보는 식이 되면 입법권의 권위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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