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포스트 탄핵정국, 시험대 오른 '민주당 유나이티드'

[the300]당내 이견 본격화…'민주'의 힘으로 극복할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6.10.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초 '최순실 게이트'에 대응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조건부 퇴진'에 가까웠을 때의 일이다. 당내에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자 민주당은 매일같이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했다. 하루는 의총을 앞두고 지도부 회의가 오래 지속되며 의총 시간이 미뤄졌다. 이미 의총장에 모여있던 의원들은 지도부를 기다리며 짧게 자유발언을 진행했다. 

초선 김현권 의원도 단상에 올라 발언을 했다. 그는 자신이 의정활동에서 관심을 가져온 유전자변형작물(GMO) 관련 이슈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그 때 의총장 좌석에 앉아있던 이해찬 의원이 입을 열었다.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그런 발언을 하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당내 최다인 7선 의원이자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원로의 질책에 가까운 발언이었던 셈이다.

의총장이 싸늘하게 식을법 했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김한정, 표창원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해찬 의원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이다. 두 초선 의원은 이해찬 의원에게 "중간에 의원의 발언을 끊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이해찬 의원은 초선들의 따금한 '역 질책'에 입을 닫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을 변명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불쾌한 기색도 딱히 보이지 않았다. 7선 원로라고 해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다면 초선들이 비판할 수 있고, 또 원로는 후배들의 고언을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모습이었다. 

이같이 민주적인 당 분위기 속에 민주당은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헤쳐왔고, 박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추미애 대표의 돌발적인 단독 영수회담 제안 등 변수가 없지는 않았지만, 위기 때마다 당 구성원들은 토론을 통해 총의를 하나로 모으고 비교적 흔들림없이 정국에 대응해왔다.

지난 9일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민주당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탄핵'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제해왔던 개인들의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 직후 의총에서는 추 대표의 돌발행동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지난 12일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여부를 놓고 벌어진 의총에서는 당의 총의를 모으는데 실패하고,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했다.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야정협의체를 두고도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추 대표가 주장한 당대표가 주도하는 방식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 민생 현안들의 경우 원내대표를 통해 조율되는 게 일반적인데, 당대표가 나서는 게 맞는가 하는 지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역시 원내대표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우상호 원내대표 옆을 지나고 있다. 2016.12.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동안 잠재돼 있던 지도부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우상호 원내대표와 전해철 최고위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 촉구 여부, 지도부 성토장이 된 의원총회 분위기를 놓고 발생한 이견이 다툼의 이유로 지목됐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의견의 '엇박자'를 넘어선 감정적인 대응이 오간 게 이례적이라 당 내에도 우려섞인 시각이 늘고 있다.

당내 대선후보들 사이에서는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의 우산에 제가 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형님은 1등이다"고 말한 것이 사실상 '반문연대' 제안으로 해석되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명분없는 합종연횡은 구태정치"라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대선후보 경선룰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갈등은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달리 김부겸 의원이 '개헌'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잠재적 위험요소다.

분열을 거듭해왔던 당의 이력을 봤을 때, 이같은 분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대두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다만 총선 승리 이후 당의 DNA가 완전히 변한 만큼, '봉숭아학당'으로의 회귀는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해찬 의원과 같은 원로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이뤄지고, 원로는 그 비판을 받아들일 정도로 민주적인 분위기가 결국 당의 중심을 잡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한 현역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어떤 상황이라도 토론으로 당의 총의를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의원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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