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톡감옥' 갇힌 의원님들, 화가 나나요?

[the300]


"00의원, 문자 많이 받으셨어요?" "아까 보니 970명(에게서) 왔더라고요." 최근 며칠 국회에선 의원들이 셋만 모여도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탄핵파들이 흔들렸다. 단일대오로 탄핵에 목소리를 높이던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갈렸고, 가결정족수를 맞춰줄 수 있다 자신하던 새누리당 비주류들도 몸을 사렸다. 

2일 탄핵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던 국민들은 실망했고 이는 곧 분노로 바뀌었다. 급기야 인터넷에는 탄핵안에 유보적이거나 반대하는 의원들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가 유포됐다. 항의문자가 쏟아졌다. 여야 계파를 막론한 초당적 '카톡감옥'도 만들어졌다. 단톡방에서 나가면 다시 초대하고, 또 초대하며 탄핵 찬반을 밝히라고 다그친다. 이른바 '손가락 혁명'이다. 

내 휴대전화 번호가 인터넷에 뿌려졌다는데 기분좋을 이는 없다. 반응이 곱게 나갈리도 없다. 한 의원은 탄핵 찬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표창원 의원을 가르켜 '싸대기를 때리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가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모처럼의 응원문자에 "감사합니다"라고 답장을 한 의원에게 '또 속냐, 그 말을 믿냐'라는 반응이 되돌아오는 걸 보니 애잔함까지 느껴진다. 내가 이러려고 의원이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울 법도 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이같은 휴대전화 번호 공개에 발끈하며 "홍위병들을 앞세운 대중 선동 정치가 떠올랐다"고 화를 냈다. 새누리당은 표 의원과 휴대전화 번호를 유출한 이를 고소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전국 230만명(주최측 추산 연인원 기준)이 참여한 촛불집회를 되새겨보면 마냥 화를 낼 때는 아닌 것 같다. 6번의 집회, 참여자는 매주 늘어나지만 무력 충돌 한 번 나지 않았다. 어느 인사는 이에 대해 국민들이 순하고 착해서가 아니라고 했다. '박 대통령 퇴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광역시규모를 넘어서는 인구가 마음을 모았다는 것이다. 혹시 나 하나의 잘못된 행동이 평화시위를 망칠까봐 극도로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폭력보다 더 무서운 저항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탄핵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 물결을 보며 두려웠다고 한다. 또 "저렇게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하려면 앞으로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민의를 대변해달라고 권력을 '빌려준' 것이란 점을 기억한다면 국회의원들,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라 두려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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