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우상호의 양보가 얻은 것

[the300]

 지난 3월말로 기억된다. 서울 정부 청사 근처 한 식당에 가족 식사를 하러 갔을 때다. 별도의 칸막이가 없다보니 옆자리서 하는 얘기들이 그대로 다 들렸다. 대화 내용으로 봐선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미래부 소속으로 공무원들로 보였다. "다음 간사도 우상호 같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당선은 되겠죠? ooo 의원은 안 왔으면 좋겠어요"  당시 미방위 야당 간사를 맡았던 우상호 의원을 칭찬하는 얘기였다.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듣는 정치인에 대한 칭찬이 신선했다. 만연한 '정치 혐오'로 의례적인 자리가 아니고선 정치인에 대한 덕담을 듣기란 좀처럼 어렵다.


 이들이 우 의원을 칭찬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불량상임위'로까지 불렸던 미방위는 우 의원이 간사를 맡으면서 정상화됐다. 여당의 조해진 의원과 호흡을 맞추면서 '찰떡 궁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뒤에 원내수석이 됐던 조 전 의원은 사석에서 "우상호 같은 사람이 원내수석 파트너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치기도 했다.

이런 우상호 의원이 지난달 4일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가 됐다. 기대가 컸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협치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여야 3당이 20대 국회 원구성 법정 시한인 7일 타결에 실패했을 때 만해도 그저 기대에 그치는 듯 했다. 13대부터 19대 국회까지 평균 50여일간 지각 개원을 했으니 이번에도 '별 수 없구나' 했다.   

다음날 반전이 이뤄졌다. 3당이 극적으로 타협하면서 개원 협상을 마무리했다. 1당인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가져가는 대산 법제사법위원회, 국회운영위와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들이 대거 새누리당으로 갔다. 국민의당도 인기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얻어 실리를 챙겼다. 누가보더라도 더민주의 결과물이 좀 빠져보였다. 1987년 개헌 이래 지난 30년간 가장 빠른 원구성이 가능했던 데는 우 원내대표의 결단이 있었구나 싶었다.

우 원내대표는 부실한 협상을 했다는 당 일각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로 인해 20대 국회가 얻은 것은 적지 않다. 조기 원구성 약속을 지키면서 20대 국회는 다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복수 법안소위를 두는 상임위원회도 확대하기로 해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물론 이 모두를 우 원내대표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 훌륭한 파트너가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 위해선 누군가는 좀더 양보를 해야 한다. 그걸 우 원내대표가 했다. 우 원내대표는 협상 타결 직후 "어느 알짜 상임위를 가져왔냐 안가져왔냐의 문제보다 의장을 가져간 당이 양보해 정상적 원구성을 했다는 평을 국민에게 듣는 게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제 첫 술을 떴을 뿐이다. 우 원내대표도, 20대 국회도 갈길이 멀다. 그러나 희망은 봤다. '불량 상임위'를 정상화시킨 '우상호표' 리더십이 국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되돌리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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