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그많던 비례대표는 다 어디로 갔나

[the300]

 
우리나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는 몇 명일까. 정답은 54명이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지역구 의원 246명을 뺀 숫자다.

그런데 어렵지 않은 이 질문에 답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비우고 20대 총선 지역구를 위해 뛰고 있어 지역구인지 비례인지 알기가 힘들다.

비례대표를 뽑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국민 대표성에 대한 보완이다.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구성이 사회적 소수 약자, 계층, 직능 등 사회 각분야를 대변할 수 있도록 짜여져야 한다. 선거를 통해서만 국회의원이 결정될 경우 사각지대가 나올 수 밖에 없어 이를 비례대표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입법활동에 대한 물리적 보완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생존이 달린 지역구 관리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정당이나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지역 유권자들을 우선 고려하기 쉽다. 이에 비해 비례대표들은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지역 유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입법과 정부 감시 등 국회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비례대표의 역할을 놓고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의원 숫자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어림잡아 40여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역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만큼 현역 지역구 의원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일부 비례대표들은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을 거의 폐쇄하다시피하고 지역구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삼찮게 들린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모습이 여실히 확인된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역을 홍보하는 일이 적지 않다. 머니투데이 더300이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국감 일일 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할 정도다.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다 보니 비례대표 본연의 역할이 뒷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년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비례대표로는 재선의 길이 막혀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임기 절반도 되지 않아 지역구 물색에 나서고 어느샌가 대부분의 비례대표들이 지역구 관리에 뛰어들어 있는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내년 총선의 선거룰과 선거구를 획정하는데 있어 비례대표 수 축소 여부가 쟁점이 돼 있다. 제도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숫자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례대표제가 왜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뜯어보고 이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다. 비례대표 재선의 길의 열어놓든, 비례대표 의원이 될 경우 다음 총선 공천을 금지하든, 모든 방안을 강구해봐야 한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줄이는 게 맞다. 그래서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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