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한국정치 '흑묘백묘'를 기대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 발언' 이후 냉각된 개헌 논의가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정기국회 종료 이후 관련 토론회 등이 열리고 있지만 개헌에 대한 기대치는 크게 줄어든 분위기다.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은 상당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적인데다, 결정적으로 국민들의 공감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국민들이 개헌 추진 움직임에 거부감을 갖는 가장 큰 원인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정치인에게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맨날 싸움이나 하고 하는 일은 없어 보이는 국회의원들이, 지지율이 40%를 넘나드는 대통령 중심의 권력 구조를 바꾸겠다고 하니 '너희나 똑바로 하라'는 반응이 안 나오면 이상하다. 정치권에서는 제도를 바꾸자고 하는데 국민들은 제도 보다 사람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인들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도 생산적인 정치이고 이를 위해서 제도 개선을 해보자는데도 말이 먹히지 않으니 말이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정치상이 실제 보다 과하게 매도된다고 답답하고 억울하더라도 답은 한가지다.
주어진 제도하에서 최대한 생산적인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신뢰를 얻어야 '거사'를 도모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에 이런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연연금개혁, 자원외교 국정조사, 부동산 법안 등 꽉만힌 현안들에 대해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새해 예산안도 12년만에 헌법에 명시된 기한(12월2일) 내에 처리했다. 

 여야가 한배를 타는 케이스도 있다. '연정(연합 정치)'을 실현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이다. 야당 부지사와 함께 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여야간의 정책 합의를 통해 연정의 디딤돌도 놨다. 도와 의회가 함께 예산을 짜는 구상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여당의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 중 한명인 유승민 의원이 함께 개최하는 국회 토론회도 관심이다.
 29일 열리는 토론회는 '오늘, 대한민국의 내일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책 담론을 모색하는 자리다. 우리 경제가 고령화와 저성장, 재정 악화 등 갖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에 직면해 있지만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만 갇혀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실제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주의, 복지 정책, 증세, 서비스 산업 육성, 양극화 해법 등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여야는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해왔다.

이제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된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중국 경제를 일으켰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말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국익을 위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벽도 허무는데 우리 여야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치가 당을 떠나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가적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간다면 국민들이 더 큰 기회를 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개헌,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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