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끓이던 尹대통령이 어쩌다가…'대파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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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을 찾아 김치찌개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3.27. photo@newsis.com /사진=전신
#"찌개 끓일 때 대파 넣는 타이밍까지 신경 쓰더라" 김치찌개로 익히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의 요리 자부심은 측근과 참모들에게도 수시로 강한 인상을 줬다. 재료 하나하나의 손질법에서부터 조리 순서까지 챙기는 스타일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 시절에는 지하 단골식당에서 지인들에게 손수 즉석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통령으로서 전통시장을 다닐 때면 수행하는 직원들이 애를 먹었다. 사전에 정해진 동선에 따라 이동하기보다 현장에서 눈에 띄는 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상당하다. 제철인 먹거리, 지역별 특산품은 줄줄 꿴다. 참모들 간에 "대통령이 너무 잘 알아서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검사 시절 전국 곳곳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50대 초반까지 혼자 살았던 경험이 밑거름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탓에 대중교통 사정도 잘 안다. 지난 2월 울산 민생토론회에서는 KTX역에서 도심까지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요금까지 거의 정확히 기억해 참석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음식을 많이 해 먹고 정치인보다 일반인의 삶에 익숙한 지도자가 대파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기막힌 아이러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세장에서 '대파 헬멧'을 쓰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파 혁명'을 외치기에 이르렀다. 현실도 제대로 모르는 대통령이 민생을 망치고 있다는 식의 공격이다.

#4.10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중간평가다. 민심을 흔드는 결정적 요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가다. '담뱃값 올린 정권은 선거에서 진다'는 속설처럼 피부에 와닿는 체감 경기의 결정체가 물가다. 야당이 대파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다.

팩트는 비교적 간단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런데 지금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니냐.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875원이란 가격은 당시 소비자 가격 4250원에서 정부 납품 단가 지원 2000원, 마트 자체 할인 1000원, 정부 할인쿠폰 375원이 모두 차감되면서 산출됐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 정책이 반영되면 이렇게 가격이 싸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국민적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오히려 반대로 비싼 가격표에 대통령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연출하는 게 정무적으로는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경기 용인 수지구 펑덕천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부승찬 용인시병 후보 지지유세에서 대파 헬멧을 들고 있다. 2024.4.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정부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추경호-최상목'으로 이어진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령탑은 자타공인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 특급 에이스들을 기용한 윤 대통령은 지난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추경(추가경정예산)의 유혹을 뿌리치면서 확장재정의 쉽고 달콤한 길보다는 고통의 정공법을 택했다.

그 결과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 5%대였던 고물가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빠르게 안정화됐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말 다섯 가지 항목(근원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확산도·경제성장률·고용 증가율·주식시장 실적)을 기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35개국의 경제 성적을 매긴 결과 우리나라가 2위에 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잘했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잘해왔다고 한들 '금(金)사과'로 상징되는 급격한 체감 물가 상승에서 어찌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설사 실제와 다르게 국민에게 알려진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 역시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정부 잘못이다.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는 윤 대통령의 불통 문제도 크다. 대중들 마음속에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불통의 이미지 사이를 대파 공격이 파고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와 선거는 진실보다는 인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질의응답) 중단 이후 지속적으로 누적된 불통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깨나갈지는 어떤 총선 결과가 나오더라도 향후 정국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막판까지 대파 싸움을 하는 건 최악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투표소에 대파를 들고 가면 안 된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정치 행위 금지)를 또 다른 공세 소재로 삼자 '일제샴푸', '초밥 도시락', '법인카드', '형수 욕설 녹음기', '위조된 표창장'은 지참해도 되느냐고 선관위에 질의하기에 이르렀다.

선거 기간 내내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온갖 네거티브만 난무하더니 마지막까지 정치의 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다. 심판의 목소리는 높은데 무엇으로 심판을 하겠다는 내용, 자기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저들은 나쁘다고 핏대를 세우는데 그래서 우리가 무엇이 되겠다는 약속은 묻혀버린다.

국민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정치권의 행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더 심해지는 듯하다. 늘 무섭도록 서늘한 결과를 보여줬던 민심이 어떤 경고장을 날릴지 알 수 없으나 의지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미 31.3% 유권자는 역대 가장 높은 총선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며 행동으로 보였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선이든 차악이든 최악을 막기 위한 국민의 최종 선택이 사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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