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블핑의 힘, 소통의 힘

[the300][종진's 종소리]

편집자주필요할 때 울리는 종처럼 사회에 의미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탬이 되는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런던 로이터=뉴스1) 정지형 기자 = K-팝 걸그룹 블랙핑크(좌측부터 리사, 로제, 지수, 제니)가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받은 대영제국훈장(MBE)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블랙핑크는 2021년 영국이 의장국을 수임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홍보대사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도 자리했다. 2023.11.22/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블랙핑크가 아니라 우리(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블랙핑크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대통령실 참모의 말이다. 세계를 휩쓰는 K컬처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해외 순방을 나가보면 피부로 느껴진다. 주요국 장관들마다 K팝 스타의 굿즈(goods)를 구해달라는 자녀들의 요구에 쩔쩔맨다고 한다.

지난달 블랙핑크의 APEC(인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프로그램, 영국 국빈만찬 참석 등도 우리 정부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 정부가 나서서 섭외했다. 전 세계 반도체산업을 쥐락펴락하는 피터 베닝크 네덜란드 ASML 회장의 지난 여름 갑작스러운 방한도 알고 보면 한류 팬인 딸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고 한다.

#상전벽해다. 1988년 첫 미국 직배급 영화였던 '위험한 정사'가 상영됐던 명동 코리아 극장에는 관객을 쫓기 위해 뱀이 풀렸다. 개방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아보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이었다. 30여년 만에 K컬처는 세계의 중심에 섰다.

기적 같은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분석이 나왔다. 정답은 없지만 지난해 미국 스탠포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콘퍼런스에서 나왔던 시각은 참고할 만하다. 당시 K컬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이 지목한 건 '소통'과 '여성의 시선'이었다. 팬들과 다양한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맞춤형 콘텐츠를 창조해왔고 문화소비자에게 또 다른 시선, 즉 주류가 아닌 눈으로 접근하면서 발전했다는 의미다.

실제 K팝에서 블랙핑크·뉴진스·아이브가 보여주는 여성의 서사는 차별화된다.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기존 문법과 주류의 시각에서는 탄생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문화도 정치도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데서 출발한다. 글로벌 현장에서 누구보다 K컬처의 힘을 잘 느끼고 있을 대통령실이 그 성공 비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용산 2기' 체제가 출범했고 개각도 닻을 올렸다. 실질적 변화가 따라야 한다. 그동안 '국가 정상화'의 기치를 내걸고 때로 좌충우돌하며 고군분투했다면 이제 세련되고 정교해져야 한다. 지금부터 실책은 4개월 남은 총선에서 심판으로 직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부터 '소통'에 방점을 찍고 나선 점은 다행이다. 장관 6명 중 3명을 여성으로 발표한 개각도 여성들에 보내는 메시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구호나 형식이 실질을 담보하진 못한다. 대통령의 눈과 귀가 막히는 바람에 '엑스포 대참사'가 벌어져 대통령이 바짝 엎드려 대국민 사과까지 한 터다. 대국민 소통에 앞서 정부 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부터 체크할 때다.

국민과의 소통은 시선의 전환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있던 자리, 기존 입장에서 봐야 달라질 건 없다. 그동안 열심히 해온 대통령의 현장 행보도 더욱 입체화,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K컬처는 그런 과정을 거쳐 글로벌 시장 개방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역동성을 축적해왔다. 이 나라 역대 보수정권도 선제적 혁신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왔다. 그 변화와 역동성의 DNA가 이 정부에도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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