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차리는 대통령, 그리고 저출생

[the300][종진's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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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를 마친 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밥하기 싫어서?" 취임 초 서초동 사저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퇴근 시간이 매일같이 늦어지자 정치권에서 나왔던 우스개다. 가정에서 음식 준비를 도맡아 했던 윤 대통령의 일상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살림꾼 윤석열'은 어색하지 않다. 한남동 관저에서 생활하는 요즘도 종종 아침밥 정도는 직접 챙긴다는 후문이다. 계란볶음밥 등 간단한 레시피 위주지만 '요리하는 대통령'은 신선하다.

물가 대책에 있어서도 접근이 남 다르다. 최근 참모들과 회의에서는 경제부처가 내놓은 보고서보다는 식용유값, 소주값 등 실생활 속 사례를 언급했다고 한다. "2분기부터 몇%로 안정화될 것이란 분석보다 국민이 당장 식탁에서 느끼는 체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게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이를테면 생활밀착형, 체감형 대통령이다. 거대 담론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는 3대(노동, 연금, 교육) 개혁에서도 노조 개혁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다. 회계장부 투명성, '건폭'(건설현장 노조의 불법행위) 척결 등 눈에 보이는 문제부터 붙잡았다. 전세사기 대응, 소아의료 체계 개선 등 약자가 삶에서 부딪히는 지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라'와 같은 지시를 내린다. 통신비와 은행 대출이자 때리기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은 0선의 대통령, 정치 경험이 없는 지도자라서 그렇기도 하다. 정통 관료들의 숫자나 여의도 정치인들의 번지르르한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때로 거칠어 보이지만, 직설적인 만큼 메시지가 명료하다. 포장보다는 실제 느끼는 변화를 중시한다.

#'제발 여기서 담배 피지 마세요. OO어린이집'. 출근길에 나서 아파트 모퉁이를 돌면 제일 먼저 보이던 경고문이 사라졌다. 끽연자들은 그대로인데 어린이집이 없어졌다. 2000세대짜리 단지 내에서 3년 동안 어린이집 3개가 문을 닫았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6학년이 150명인데 1학년은 100명을 간신히 채운다. 서울에서 대표적 인구 밀집 지역인 동네가 이 정도다.

냄비 안 개구리가 뜨거움을 체감하고 있다. 사실 많이 늦었다. 단군이 아니라 아담과 하와 이후 최저일 합계출산율이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흔들 날이 초읽기다.

#3대 개혁이 결국 저출생 대책이다. 대통령이 거의 모든 발언에서 빼놓지 않는 게 '미래세대를 위해'서다. 그럼에도 속사정은 복잡하다. 섣불리 해법을 내놓기 어렵다. 문화적 토대, 가족의 개념 등 근본적 문제는 물론 온갖 재정적 이슈와 맞물려 있다. 자칫 블랙홀처럼 현안을 빨아들이면서 논란만 키울 수 있다. 역대 정부가 20년 동안 천문학적 돈을 쏟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하지만 식용윳값을 생각하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키로 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 추진해야 하는 대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5년, 10년, 그 이상의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 일자리, 주택, 교육, 복지 모든 영역이 직결된다. 저출생은 우리나라가 죽고 사는 문제다.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 정책의 알파와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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