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좀비" 김세연도 징계 안했는데…금태섭은 왜?

[the300][야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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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금 의원은 의총에 참석하며 '조국백서'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갑에 출마하는 것과 관련해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20.2.18/뉴스1

근래 여의도 정가에서 '딴소리'로 당을 시끌벅적하게 만든 대표적 인물을 꼽으라면 김세연 전 의원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이 한창 보수 대통합을 띄울 때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직격탄을 날렸다. "당을 해체하라"고 했다. 동료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다같이 물러나자고 주장했다.

소속 정당을 향해 쓴 표현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였다. 더 이상 강한 단어를 찾기조차 어렵다.

중진들을 중심으로 즉각 비난이 쏟아졌다. 익명을 타고 "물 흐리는 미꾸라지" "먹던 우물에 침 뱉는 격" 같은 거센 언사가 언론 보도에 실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오히려 혁신 목소리로 아프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적잖았다. 당의 징계는 없었다. 이후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돼 사실상 징계는 받았을지언정 당 윤리위원회 등을 통한 공식 징계와 성격이 다르다. 

'금태섭 논란'이 한창이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대표'인데 소신을 '당론'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커진다.

당론 정치의 문제는 늘 반복돼왔다. 당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야간 대화와 타협, 당내 민주주의 확대, 운용의 묘 등이 강조된다.

정답은 없지만(혹은 뻔하지만) 징계는 적어도 아니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추가경정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장을 지키며 찬성표를 던졌다. 새 정부가 출범해서 일을 해보겠다는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이때도 비난은 나왔지만 윤리위에 넘겨 징계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선거에 압승을 거둔 여당에서 처참하게 진 야당도 안 하는 행태가 버젓이 자행된다. '금태섭 징계'는 상징적이다. 징조는 오래됐다. 조국 사태, 윤미향 의혹이 터질 때마다 내부 단속은 철저했다. 여당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입 다물어버리는 민주당 의원들은 익숙한 풍경이다.

이해도 된다. 민주당의 집권 플랜은 '원팀', 흐트러지지 않는 대오를 유지했기에 가능했다.  

과거 17대 국회의 '108번 번뇌'(열린우리당 초선의원 108명이 제각각 목소리를 냈던 일)에서 오는 트라우마도 크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2020.6.3/뉴스1

그러나 내부 이견을 용납않겠다는 177석 거대 여당의 분위기는 무섭다. 민주당 스스로 말하듯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모두 가져올 수 있는 압도적 과반이다. 150석을 간신히 넘긴 17대와 다르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초유의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집권여당에는 강력한 정책 추진력 못지 않게 신중한 판단력도 절실하다. 일방, 독주, 쏠림이 대동단결로 포장되면 비극이다.

이견이 이기적으로 치부되는 순간 망조로 간다.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에서 "통상 동조하는 사람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침묵하고 이견 제시자는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는 이기적 개인으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 반대"라고 꼬집는다.

이견은 새로운 정보다. 욕먹을 각오로 던지는 이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옳다고 믿는 사실 자체가 오염될 수 있다.

거슬리더라도 존중해야 한다. 그 정도 여유와 배려는 거대 여당의 품격이자 177석을 안긴 국민에 대한 예의다.

품격을 잃고 오만해진 권력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잘 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온라인 평론가 미네르바를 찾아내 감옥에 넣고 각종 블랙 리스트를 만들었던 정권들의 말로를 똑똑히 봤다. 민주당 정권이 그리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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