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77년생 젊은 의원의 퇴장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진영 도그마 깨는 상식과 합리의 21대 국회를 기다리며…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알게된 건 4년전 공정거래위원회를 출입할 때다. 공정위 관료들로부터 국회 정무위원회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부산 출신의 젊은 초선 의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1977년생인 김 의원은 39세인 2016년에 20대 국회의원이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뒤늦게 법을 공부해 2009년 서른두살의 나이로 사법고시를 패스했다. 이후 사법연수원 변호사 실무 수습을 ‘법무법인 부산’에서 했다. 이곳은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운영했던 곳이다.

여기서 ‘운명’처럼 문 대통령을 만났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부산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공정위 관료들은 이런 그의 성장 스토리와 지역 정가에서 활동한 얘기를 듣고 노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한다. 업무보고와 국정감사를 통해 김 의원을 여러번 만난 한 관료는 “초선답지않게 ‘꼬장꼬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출입처가 국회로 바뀌면서 김 의원을 직접 볼 기회가 많았다. 그는 국회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다. 법안은 물론이고 정무적 사안까지 두루뭉술하지 않았다. 여당 내 중진 의원들도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눈치를 보며 함구하는 얘기도 그는 자신있게 꺼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때가 대표적이다. 많은 여당 의원들이 몸을 사릴때 그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조 전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또 금태섭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갑에 출마 의사를 밝힌 김남국 변호사를 정면 비판했다. ‘침묵’이란 당론을 깨고 ‘소신’을 밝혔다.

초선인 김 의원은 7선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 앞에서도 당당했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꼼수 정당이란 비판을 받으며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을 때 "민주당의 선거연합정당 참여는 명분이 없어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4년간 국회를 감싼 ‘진영 도그마(맹신)’를 깨부수기 위해 노력했다. ‘타락한 진영의식’으로 포획된 국회를 바꾸고자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선 “지금 국회는 여야 간 생산적 토론은 안하고, 진영 대결만 한다”고 일갈했다.

막말과 궤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등으로 신뢰를 잃은 국회에서 김 의원의 소신은 돋보였다. 김 의원은 사석에서 기자에게 “진영의 논리가 아닌 국민의 논리를 얘기했을 뿐인데…”라며 자신이 ‘소신의 아이콘’처럼 비춰지는 걸 씁쓸해했다. 

김 의원은 이제 국회를 떠난다. 4.15 총선(부산 연제구)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제가 부족했습니다. 더 성찰하겠습니다.”라고 몸을 낮췄다. 부산에선 졌지만,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그의 낙선을 아쉬워하며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한다. 소신을 갖고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해야한다. 국가적 현안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한다. 

헌법에 나오는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김 의원이 총선에서 패한 후 21대 국회의원들에게 “경우에 따라 99명이 ‘예’라고 해도 잘못된 일에는 용기 내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영 논리가 아닌 양심에 따른 정직한 의정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론이 압박을 해도, 당 대표가 눈치를 줘도, 재선의 욕구가 생겨도 국민의 삶을 위해선 상식과 합리를 버리면 안된다. 진영 도그마에서 벗어나 미래를 얘기해야한다. 그게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인의 참모습이다. 21대 국회에선 더 많은 ‘김해영’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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