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시]'오거돈 성추행'에 통합당이 부끄럽다?

[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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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 9층에서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부산시장직을 사퇴하면서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0.4.23/뉴스1

"우리가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뜻밖이었다. 국민적 충격을 안겨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 미래통합당 한 관계자가 사석에서 내놓은 해석이다.

총선 참패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던 통합당은 모처럼 여권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23일 오 전 시장이 성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하면서다.

2년 전 안희정 사건부터 정봉주, 민병두, 김남국까지 물의를 일으켰던 여권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더불어미투당' '더듬어민주당'과 같은 '전통적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4월7일 일어난 사건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몰랐을 리 있겠나, 총선 이후로 사퇴를 미룬 것이라고 연거푸 공격한다. "피해자의 인권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했다"고 핏대를 세운다.



피해 당한 부산 시민이 찾지 않는 통합당…외면받는 현주소



그런데도 누군가는 반성을 말했다. 우리는 왜 몰랐느냐고 묻는다. 집권여당 소속 시장이 범죄를 저질렀다. 소위 통합당의 텃밭이라는 부산에서다.

그런데도 분노와 절망감에 떨었을 피해자가 제1야당에 도움을 호소하지 않았다는데(아마 호소할 생각조차 안 했을) 통합당의 현주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는 사건이 공개되자 입장문을 내고 사건이 '정치'와 얽히는 것을 단호히 거부했다.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고 선언했다.

"정쟁으로 써먹을 게 뻔하다고 보고 (피해자 측에서) 우리한테는 아예 제보를 안 한 게 아닐까요" 이번 총선 수도권 선거에서 패배한 또 다른 통합당 관계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이과 조경태 최고위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각각 따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4.24/뉴스1



"통합당? 그냥 싫다" 민심 직시해야



초유의 참패를 당한 이유를 놓고 온갖 해석이 분분하다. 이런저런 주장이 많지만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통합당이 못해서라는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무엇을 못했느냐에서는 '불통'이 먼저 꼽힌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부터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번번이 치료의 타이밍을 놓친 보수의 고질병이다.

유권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니 시대 흐름을 못 읽는다. 야금야금 떨어진 공감 능력은 어느새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했지만 냄비 속 개구리 마냥 처지를 모른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니 메시지를 못 던진다. 아무리 좋은 보수의 가치도 국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언어'로 담지 못한다.

그 결과 "통합당은 왠지 그냥 싫다"는 뿌리 깊은 비호감이 고스란히 이번 선거에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통합당이 제21대 총선에서 거둔 지역구 득표율 41.5%는 어떤 면에서 대단하다. 보수의 총결집이다. 통합당이 아무리 못해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차마 못 봐주겠다는 표심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선거는 중도층을 당겨오는 싸움이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49.9%를 얻어 압승했다. 양당 구도를 고려하면 중도층 5%의 마음만 더 얻어도 10%포인트까지 뒤집을 수 있다.

민주당을 찍은 5%만 통합당에 마음을 줬다면 당락이 바뀌었을 선거구가 서울에서만 9곳이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를 나서고 있다. 김 전 선대위원장은 이날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 2020.04.24/뉴스1



보수가 살아남으려면…


'정치'에 얽히는 것을 싫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022년 대선, 2024년 총선도 결과가 뻔하다.

통합당이, 아니 보수가 살아남으려면 철저하게 바뀌어야 한다. 80살 노정객을 불러와 전권을 준다고 혹은 당장 인물 몇몇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마냥 기계적 중도나 좌향좌하는 정책을 내놓을 일도 더더욱 아니다.

이 시대와 함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근본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이후 이를 진정성이란 포장지로 싸서 국민에게 내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변화의 목표는 주권자가 '오케이(인정)' 할 때까지다. 성폭력 피해자가 도움의 손길을 떠올릴 때 통합당을 선택지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변해야 한다. 피해자의 아픔에 진정 공감하고 누구보다 든든한 뒷배가 돼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면, 그렇게 이미지를 쌓아간다면 국민들이 알아서 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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