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10년 전 열린우리당, 그리고 새누리당

[the300]

편집자주the300이 여론에 나타난 민심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치 현상들을 한단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이상일의 정치 깊이보기'를 연재합니다. 필자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로 TNS코리아 이사,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냈습니다.

 # 2006년 5월 31일 제4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그야말로 참패를 했다. 2년 전 탄핵역풍을 타고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과반 여당은 끊임없는 내홍에 휩싸였고, 지방선거 결과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의 중대 경고’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진보개혁 세력을 자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9년차의 성적표였다. ‘노사모’는 노무현에 사기당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세간의 혹평이 나올 정도로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해 지면서 06년 지방선거는 이후 대선을 앞둔 여권발 정계개편의 촉매가 되었다.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이 열렸다.

 

과반의석의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수도권 참패와 영남에서 17석을 잃어버리며 원내 2당으로 추락했다. 2007년 대선 승리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연전연승해 왔던 새누리당은 충격에 휩싸였고,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 9년차에 여권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15년말 야권 분열 상황에서 국회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 수준을 기대했던 것과는 판이한 선거 결과였다.

대권 예비주자들까지 모두 치명상을 입은 새누리당은 수습을 주도할 지도부도, 당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도 없는 식물정당 상태로 치달았다. 구심점 없는 당내 계파간 힘 대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일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006년과 2016년, 10년의 시간차를 두고 다른 듯 닮은꼴의 정치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유사해 보이는 점들을 짚어보자.
① 과반 의석을 점유한 상태에서 치른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크게 패했다.
② 여당 패배의 단초가 야당의 善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 분열에서 시작됐다.
③ 선거 패배 후에도 즉각 수습 국면에 돌입하지 못하고 당내 갈등이 더 확산됐다.
④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패배한 여당發 정계개편론이 부상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들을 보면 06년과 16년의 집권여당 상황은 닮은꼴이 많다. 정치적 위상이 추락하고, 민심은 이반되고 수습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당내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내 갈등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점만큼 차이도 커 보인다. 10년의 시차를 둔 두 해의 차이점들도 짚어보자.




그 외에 환경적 차이들도 있다. 06년 상황은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10%대에 머물 정도로 지지기반 붕괴가 심각했다. 반면 16년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후에도 3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후 해체 수순을 밟은 반면, 새누리당은 여전히 당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30%의 지지율이나 10%대 지지율이나 ‘비전이 없는’ 상태에 처하기는 매일반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이 의회에 안착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실망층이 언제든 떨어져 나와 제3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치지형이 펼쳐져 있다. 지지층 뿐 아니라 소속 의원들조차 언제든 탈당과 당적변경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총선 과정에서 증명된 바 있다. 보수 세력 분화(分化)를 기대하는 외곽의 정계개편 촉진도 활발해 질 전망이다. 원심력만 놓고 본다면 16년의 흐름이 더 강해 보인다.

2006년 집권여당의 ‘해산’ 과정은 결국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 실현에 주력한 집권세력의 독자노선에 당내 반발이 확대되면서 여당이 스스로 폐업의 길을 걸은 것으로 요약된다. 16년, 성격은 다르지만 새누리당도 혁신과 쇄신을 통해 그동안의 허물을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까지 과거의 힘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힘의 약화가 외부의 공격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공격이 태풍 피해처럼 지표면의 피해를 초래한다면 내부의 균열은 지진처럼 기반 자체를 흔들게 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친박-비박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굳이 표현해야 한다면 주류-비주류로 써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낀박(朴)’이라는 용어로 표현될 만큼 당내 양 세력 사이에서 고심하는 원내대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당내 구성원들이 ‘친박’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한 정 원내대표의 요청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작년 5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역시 당내에 대고 ‘친노-비노의 분열적 표현을 쓰지 말자’고 호소한 바 있다.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해 봤다. ‘친박’, ‘친노’라는 검색어로 검색되는 1년간의 뉴스 건수를 기간별로 살펴보니 ‘친박’으로 검색되는 뉴스가 동일 기간에 ‘친노’ 뉴스의 2~3배 수준이었다. 최근 들어 그 격차는 더 커지는 흐름이다.

물론 매체 분포의 특성에 따른 차이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친박’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뉴스가 많았다는 뜻이고 그런 이슈를 다른 누구도 아닌 새누리당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로 보인다.

최근 ‘친노-비노-친문-비문’이라는 야당 용어의 등장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언론이 이 용어를 기피해서가 아니라 야당 내에서 그런 말이 쓰일 상황을 만들지 않아서 생겨난 현상이다. 친박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길 원한다면 그런 이슈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2006년과 2016년은 비슷해 보이는 현상만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불리기 시작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거나, 개혁할 의지를 모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전개될 정치흐름은 07년과 닮은꼴로 전개될 수도 있다.

새로 구성될 새누리당 비대위원 면면에서, 비대위가 제시할 혁신안의 모습에서, 탈당파의 복당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당내 제 세력의 움직임 속에서 2017년에 새누리당 앞에 펼쳐질 길이 어떤 방향이 될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친박’, 어떤 길이 진짜 대통령을 위한 길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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