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 지지하지만 탈원전은 반대"에 대처하는 文의 자세

[the300][뷰300]체코 원전 세일즈의 의미, 정공법

체코 프라하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시가지 모습/사진=최경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것을 지지하지만, 탈원전 정책은 아닙니다."

28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맥주집에서 만난 한 금발에 벽안의 남성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은 양조장의 맥주와 프라하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유명한 곳인데, 대통령 수행 기자단 숙소 근처에 마침 위치해 있었어서 점심시간에 잠시 들렀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옆 테이블에 있던 기자가 전화를 한국어로 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처음 기자에게 건넨 말이 우리말로 "같이 마셔요"일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했다. 

미국 출신이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거주했고, 한국인과 결혼을 해서 쭉 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자세한 경력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지식인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 모두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고, 지금도 문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은 이해가 가지 않고,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유를 묻자 "너무 이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력수급에서 원전의 비중이 높은데, 지나치게 급진적인 변화가 아니냐는 우려였다.

문 대통령의 모든 것을 지지하지만 탈원전을 반대하는 것은 이 남성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 비중의 유지·확대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나,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는 사명이 있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아픈 대목이다. 최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 지지도가 40%대로 떨어진 상황이기도 하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전력수급과 연관돼 있다는 부담감, 추진해봐야 지지율에 도움도 안 되는 상황,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도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탈원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론은 확고하다. 전세계적으로 드물게 지진 취약 지역(경남·경북 해안가)에 원전이 밀집해 있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부안 방폐장 문제 갈등으로 지역사회가 파탄났던 아픈 기억이 탈원전 비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딜레마는 '원전의 경제학'이다. 원전산업 종사자수는 3만~4만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에서 탈원전이 진행된다면 일자리는 줄고, 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이에 단기적으로 원전을 수출해 산업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원전 해체 기술을 확보해 새 시장을 개척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우리는 원전을 폐기하면서, 해외에 수출하는 게 현실성이 있는 구상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는 위험성 때문에 탈원전을 하면서 외국에는 팔겠다는 논리 자체가 궁색하다는 비판도 있다. 청와대는 "에너지전환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의 문제"라고 하지만, 이 투트랙 전략에 대한 비판 역시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자신의 방식과 여론의 목소리에 차이가 있을 때 문 대통령이 주로 택하는 것은 정공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분당 국면에서 보여줬던 '직진'. 그 직진의 '결과물'를 내놓은 끝에 오늘날의 문 대통령이 있었다. 분당 직후 있었던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내1당에 올랐던 것처럼.

체코에서 원전 세일즈로, 문 대통령은 '국내 탈원전-해외 원전 수주'의 직진을 사실상 선언했다.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와 원전 협의 내용을 상당부분 공개할 정도로 자신감도 넘친다. 체코에서 원전 수주 낭보가 전해진다면 "문 대통령이 옳았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머니투데이 더300이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원전보다 안전"이라며 원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문 대통령은 변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정공법은 또 통할 것인가. '원전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지지한다'고 했던 지지자들의 마음까지도 돌릴 수 있을까. 
【프라하(체코)=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프라하 한 호텔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11.28.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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