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와 서류 열람 요구의 요건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열람, 제출처럼 1/3이 요구하면 허용해야 할까

2017년 7월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안건을 직권상정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9월과 함께 정기국회가 시작되었다. 다음 달에는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국회에서 일년 중 가장 치열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정감사는 상임위원회별로 국정전반에 관하여 논의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반 상임위원회 회의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국정감사도 회의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국정감사는 일년 중 시기를 특정하여 집중 실시하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도가 높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일년 중 국정감사를 제일 중요시하는 편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는 감사 또는 조사의 방법으로 △관련 보고 요구, △서류 등의 제출 요구, △증인 등의 출석 요구, △검증을 할 수 있다. 검증이란 감사·조사에 관련된 문서·서류 등의 조사나 현장조사 또는 관계인면담 등을 통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네 가지 감사방법 중에 상임위원회는 일반적으로 관련 보고 요구와 서류 등의 제출 요구를 하고 있고,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상임위원회도 증인 등의 출석 요구와 검증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정감사가 특별한 방법으로 실시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12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후 10시 30분 정회 이후 다시 개의되지 못하고 유회로 끝났다. 발단은 감사위원들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일반 국민의 찬·반 의견서를 열람할 수 있는지 여부에서 비롯되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33만여건에 달하는 그 서류의 제출은 물리적으로 어려우니 대신에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런데 현재 국회관련법에 열람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래서 해석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네 가지 감사방법은 기본적으로 모두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일반 상임위원회 회의와 달리 국정감사에서 서류 등의 제출 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1/3 이상의 요구로 할 수 있다. 여기서 쟁점은 서류에 대하여 제출 요구처럼 열람 요구도 재적위원 1/3 이상의 요구로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일견 서류에 대하여 열람 요구의 요건을 제출 요구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당일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서류에 대한 열람 요구는 제출 요구보다 낮은 단계의 요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류 열람은 네 가지 감사방법 중에 통상 서류에 대한 대표적인 ‘검증’ 방법인 점, 서류 열람은 보통 원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증의 일환으로 보이는 서류 열람 요구의 요건을 해석상 완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서류 등의 제출 요구에는 제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 등의 제출)에 따라 제출의 예외가 인정되고,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하면, 제4조의2(서류 등의 제출 거부 등에 대한 조치요구)에 따라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제12조(불출석 등의 죄)에 따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바, 서류에 대하여 열람 요구의 경우 제출 요구처럼 완화된 요건을 적용한다면 이러한 규정들도 같이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 2000년 2월 이전에는 서류 등의 제출 요구의 요건도 다른 감사방법과 같이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이었다. 그러다보니 여대야소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서류 등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국회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수 야당 의원들에게도 정부의 서류 등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2000년 2월 '국회법' 및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제한적이지만 현재와 같이 청문회,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와 관련된 서류 등의 경우에는 제출 요구의 요건을 완화하였다. 

따라서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 서류 열람 요구의 요건을 완화하려면 이와 같이 서류 등의 제출 요구 요건을 완화하게 된 취지 등을 고려하여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핵심은 소수 야당 의원들에게 정부의 서류 등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출뿐만 아니라 열람까지 허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 문제다.

결론적으로 국정감사 등에서 재적위원 1/3 이상으로 가능한 서류 등의 제출 요구의 요건을 열람 요구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입법정책적 고려가 필요할지언정 서류 등의 제출에 당연히 열람도 포함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즉, 현재 관련법상 서류 열람 요구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하여 해석상 완화된 요건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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