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국감 첫날 이미 결정된 승부

[the300]

국정감사가 시작된 게 지난 12일. 국감 첫날을 지켜본 여권 고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감은 끝났다”고. 청와대 인사도 동의하며 받았다. “자유한국당이 전혀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섣부른 판단은 아닐까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국감을 마무리하는 10월말, 돌이켜보면 그 예견은 틀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일합만 겨뤄 봐도 안다.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몸으로 느낀다. 여권이 국감 현장에서 접한 느낌이 그랬단다. “한국당에게서 야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발목잡기와 야성은 다르다. 정책 이슈이건 정치 이슈이건 잡고 물어지는 방식의 문제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은 야성을 잃었다. 좋은 말로 하면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10년의 여당 생활을 불과 몇 달만에 바꾸는 것은 힘들다. ‘모드 전환’이 사실 쉽지 않다. 말로는 “야당하는 게 더 편하다”고 되뇌이지만 야당하는 법을 알지 못 하는 이들의 ‘허세’로 들릴 뿐이다.

상대방의 전력이 약체로 파악되면 그 경기는 쉽다. 여당은 여유롭게 맞섰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듯 ‘닥공(닥치고 공격)’ 전략을 짰다. 여당으로 변신하려 괜한 힘을 쏟지 않았다. 야당보다 더 야당답게 준비하고 몰아쳤다. ‘적폐 청산’을 들고 국감장 분위기를 잡았다.

내부에선 ‘피로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촛불→탄핵→대선’의 1년을 끌어온 키워드가 바로 ‘적폐 청산’이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여론을 믿기도 했지만 야당의 전력을 파악한 뒤 얻은 자신감이 컸다. ‘신적폐’ ‘적폐 원조’ ‘정치 보복’ 등 한국당의 프레임은 허공을 맴돌았다. 경기 시작 전 ‘박근혜 정부 국감 vs 문재인 정부 국감’의 팽팽한 대결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한국당도 선수들인데 모를 리 없다. 공격을 취하지 못한 채 쏟아지는 공세에 휘청댄다. 정신 차릴 시간이 필요하다. 국감 막판 ‘보이콧’도 비슷하게 읽힌다. 지칠대로 지친 시점의 움직임이다. 마치 링 위에서 일방적으로 몰린 선수가 상대 선수를 부여잡고 숨을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 안쓰러움이 느껴질 정도다.

현장에서 목격한 이들의 증언은 더 생생하다. 머니투데이 ‘더300’ 기자들은 국감 현장을 지킨다. 의원들의 출석 체크는 기본이고 발언 내용을 모두 챙긴다. 구체적으로 △자료 충실도 △현장 활약 △국감 매너 △정책 대안 등 4가지 잣대로 국회의원의 활약을 보여준다. ‘국감 스코어보드’다. 정치 공세가 아닌 정책 감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성실히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다.

매일 진행되는 별점 평가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받은 별 개수는 많지 않다. 정파적 편향은 없다. 현장 취재, 현장 분위기 그 자체다. 한국당의 준비 부족이 느껴진다는 게 현장 보고다. 자료가 충실히 준비됐어도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고 현장 기자들은 전한다.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과 상대 비교에서 밀린다. 준비 부족, 역량 부족만 더 두드러진다.

정치권 인사는 “지난 총선 공천 파문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능력보다 정파를 앞세운 공천이 낳은 결과라는 의미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별점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국당이 지난 10년 ‘야성’을 잃은 게 아니라 ‘능력’을 잃은 것은 아닐지….

국감 기간, 한국당은 바빴다. 물론 국회 일 때문은 아니다. ‘내부 전열 정비’와 ‘보수 통합’이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여당과 싸움은 그 뒤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당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부족한 것은 ‘세력’이 아니라 ‘실력’이다. 실력을 보여주면 세력은 당연히 따라붙는다. 정부 여당에 실망하더라도 제1야당의 실력이 부족하면 누가 눈길을 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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