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이야기]guilty or not guilty

[the300]권성동 법사위원장 사퇴 논란…수사·재판 연루된 법사위원의 선택은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출소 사진을 들어 보이며 재판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또라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여당 간사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의원은 권 위원장에세 강한 항의와 함께 사과를 요구하며 잠시 고성이 오고가는등 전 한명숙 총리에 관한 여야의 입장에 팽팽한 대립 상황이 잠시 벌어졌다. 2017.8.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곤혹스러운 지경에 처했습니다. 강원랜드에 보좌진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립니다. 권 위원장 측은 "청탁 사실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합니다.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정작 곤혹스러운 일은 그의 유무죄 여부가 아닙니다. 그가 맡고 있는 자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신분이 문제입니다.

 

유죄일지, 무죄일지는 수사와 재판에 의해 판가름 날 것입니다. 다만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검찰과 법원은 법사위 소관기관입니다.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그것도 위원장이 상임위 소관기관과 이해관계에 얽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유무죄 문제와 관계없이 법사위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당장 권 위원장이 법사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법을 준수하고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해야할 책임이 있는 막중한 자리"라며 권 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권 위원장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9일 오후 춘천지법 101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선고를 받은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 의원에게 벌금 200만원의 의원직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의 질의에 “재판부의 선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 2심에서 제대로 붙어보겠다”고 말했다. 2017.5.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런데 권 위원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2년 간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한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라 이대로라면 내년 5월 피고 신분으로 법사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당 내에서도 홍 의원이 예정대로 법사위원장을 이어받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옵니다.

 

위원장은 아니지만 이미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거취를 두고 공방이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량입니다. 김 의원은 항소해 오는 26일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시 김 의원에게도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분이 여당 간사 자리를 지키게 되면 검찰과 법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며 김 의원에게 법사위 간사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수사나 재판에 연루된 이들이 법사위원으로 활동할 경우 검찰이나 법원에 대한 법사위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를 표합니다. 심지어 김 의원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적 있었습니다. 지난해 대법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감사 참여에 태클을 걸며 그가 했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 의원은 서울고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라며 "이곳에서 질의하는 내용이 재판부에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

 

김 의원이 2심 판결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 대법원에 항고할 경우 박지원 의원에게 했던 말이 그대로 본인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더구나 일반 법사위원보다 영향력이 큰 간사직을 맡은 채로 말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실시계획의 건이 상정되고 있다. 2017.8.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김 의원이나 권 위원장처럼 수사나 재판으로 인해 법사위 활동이 부적절한 인사들을 법사위에서 배제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의 상임위 활동 제한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지 못 한다"는 규정 밖에 없습니다. 즉 돈을 버는 일만 아니면 사실상 상임위 소관기관과 이해관계가 얽혀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국회의원 윤리 실천규범에는 "국회의원은 심의대상 안건이나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의 사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소명하고, 관련 활동에 참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회피 의무를 명시해놨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듯이 유명무실입니다. 법사위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듣고도 못들은 체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무죄 추정 원칙이 명분입니다. 수사나 재판을 받는 것만으로 법사위원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 법사위원이라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기우라고 항변합니다.

 

과거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된 국회의원을 법사위로 배치해 '방탄 상임위' 논란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곤 했습니다. '법사위에 있을 때는 무죄, 법사위를 나간 후에는 유죄'라는 말이 회자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상임위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법 조항이 생기기 전 법사위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집결지였습니다. 법사위원에게 사건을 맡기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 덕분에 변호사 수임료로 '대박'을 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검찰과 법원에 법사위원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는 시각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법사위원으로 변호사 수임료 대박을 치지는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법사위원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예산과 주요 법안 등 검찰과 법원의 목줄을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종 현안보고를 통해 기관 내부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훨씬 용이합니다. 법사위 소속 신분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일반 국민들은 감히 꿈꿀 수 없는 특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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