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앞에 나타난 서울·평양·워싱턴·베이징의 안개

[the300][뷰300]코리아패싱, 美 엇박자, 中 압박 여부, 여론 악화 직면

【워싱턴=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한 후 퇴장하고 있다. 2017.07.01.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전략은 변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대응'은 다르다고 분명히 밝혔다. 북한에 강한 압박을 넣는 '전술적 대응'을 하되 평화와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적 목표'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압박과 제재를 수단으로 활용해 대화국면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는 "전쟁은 두 번 다시 안 된다"는 당위적 목표와, '샌드위치' 대한민국이 운전대에 앉을 수 있는 카드는 '대화' 밖에 없다는 현실적 상황 모두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을 둘러싼 서울·평양·워싱턴 D.C.·베이징의 상황은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 안개가 자욱해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평양을 보자.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목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대화 상대로 염두에 둔 북한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무려 7차례에 달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근접했고 수소폭탄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레드라인(ICBM+핵탄두 탑재)' 일보 직전까지 접근했다.

 

평양발 메시지는 '핵보유국 반열에 올라 체제보장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대화부터 실타래를 풀어가자는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철저히 무시한다. '평양발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코리아 패싱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북한의 무기가 고도화될수록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를 원할 확률만 높아진다.

 

청와대는 이런 우려에 대해 한미 공조가 굳건한 만큼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는 "북핵문제 해결의 주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라고 못박았던 바 있다. 튼튼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협상 테이블의 자리 및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워싱턴 D.C.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에서 '군사적 옵션' 가능성도 증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 공격 가능성에 "두고 보자"라며 "한국은 북한에 대한 대화정책이 작동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즉각 입장을 발표하며 "한미공조는 확고하다.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가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서'는 또다른 변수다. 지난 1일 한미 미사일지침을 한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점에 동의한 후 하루만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혈맹'이라 해도 챙길 건 챙기겠다는 태도는 분명하다.

 

베이징 역시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차원이 다른 압박'을 거론하며 원유공급 중단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같은 제재안의 성패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이 절대 반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사실상 배치한 시점에서 대북압박에 중국을 가담시킬 지렛대는 분명 약해졌다. 중국의 협력이 없다면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 자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의 온도도 앞선 도시와 다르지 않다. 핵실험에 사나워진 국내 여론은 출범한 지 100일을 갓 넘은 정권에 부담이다. 청와대 역시 당분간은 인도적 대화의 추진 자체를 거론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평양발 코리아 패싱이 대두된 가운데 독자적인 제재 방법이 없고, 미국과의 공조에도 계산서를 따져야 하며, 국내에서도 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지지를 얻기 힘든, 외교적으로 어려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은 제재·압박을 할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길게 보고 있다"며 장기적인 대북정책 추진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시간이 우리편인지 확신할 수 없다. 당장 연내에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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