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레터]베를린 '광화문광장'서 일본을 생각하다

[the300]처절한 역사반성 토대에 獨 번영

독일 베를린시내 유대인희생 추모비/사진=김성휘 기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과 그 광장은 독일판 광화문광장이다. 브란덴부르크문 북쪽에 국회의사당과 총리청사, 남쪽에 주독일 미국대사관이 있다. 서울 광화문 북쪽이 청와대, 남쪽이 주한 미국대사관인 것과 판박이다. 광화문이 서울을 상징하듯 이 문도 베를린의 심볼이다. 지리적으로 시내 한가운데다.

 

그런 베를린 미 대사관 아래 수백개의 직사각형 돌들이 늘어서 있다. 유대인 학살 추모비다. 서울로 치면 교보빌딩이나 청계광장이 있는 자리에 넓게 추모 시설이 들어선 것이다. 이 배치는 꽤 충격적이다. 언뜻 보면 금싸라기 땅을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는 상태로 '놀리는' 것 같다. 게다가 해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에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독일의 역사 반성이 철저하다 못해 처절할 정도라는 점을 알면 의문이 풀린다. 독일은 자신의 할아버지들이 저지른 추악한 만행을 어떤 미화나 합리화도 없이 내보인다. 유대인 추모비의 위치와 모습은 그 일각이다. 교민들에 따르면 독일 학생들은 유치원부터 1년에 한 번 강제수용소를 의무적으로 견학한다. 외국인 학생들이 배우는 독일어 교재에도 2차대전과 독일의 과오를 다룬다. 독일의 번영과 유럽 내 경제·사회적 주도력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G20 독일 방문을 취재했다. 대한항공 1개 여객기를 전세, 개조한 공군1호기(대통령 전세기)에도 여느 여객기처럼 영화를 볼 수 있다. 그중 '주키퍼즈 와이프'가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자빈스키 부부가 유대인을 하나둘 숨겨주기 시작했고 전쟁기간 300명이 이 동물원의 '손님'으로 거쳐갔다. 동물들은 우생학적 이유로 독일로 옮겨지고 동물원은 폭격을 받아 부서졌다. 종전 후 바르샤바는 원래 인구의 6%만 남을 정도로 철저히 파괴됐다고 한다. 그 와중에 이 부부는 목숨을 걸고 인류애를 보였다. 실화다.

 

독일은 바로 그런 아픔을 가진 폴란드와도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쉽지 않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일본에게 왜 독일처럼 하지 않느냐고 묻는 시각이 진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진행형인 독일의 처절한 과거사 반성을 보면서 일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독일서 문 대통령을 만나 오히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아베 총리에게 최소한의 ‘반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독일과 일본은 너무 달랐다.

독일 베를린 시내 유대인희생 추모비/사진=김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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