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백기'든 국민의힘…최소 2년 '거대 야당'에 맞설 카드는 거부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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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4.6.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국민의힘이 정무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임의로 국민의힘에 배정한 더불어민주당의 원 구성안을 24일 수용하기로 결단한 것은 '국회 보이콧'만으로 더 이상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제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여당 의원들의 집단 불참에도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등을 강행하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원내에서 대야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최소한 22대 국회 전반기 2년 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를 민주당에 내준 여권의 국정운영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권에 맞설 카드는 사실상 대통령 거부권뿐이라는 평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 직후 진행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며 "7개 상임위원장을 맡아 민생 입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복귀를 결단한 배경에 대해선 "민주당이 장악한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가 무소불위 민주당의 입맛대로 운영되는 것을 봤다"면서 "나머지 7개 (상임위원회 몫) 역시 정쟁으로만 이용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그들 입맛대로 모든 것을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집권여당의 책임, 또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여당의 책무가 제 가슴을 때렸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원 구성 협상 책임자로서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 원 개원 협상에서 당초 관례를 들어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도 합의를 위해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가며 운영하자고 수정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11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확보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수정안을 번번이 거절했다.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원 구성 안대로 상임위를 임의 배정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꿈쩍도 하지 않았고 우 의장도 전날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쳐달라고 통첩했던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당내에선 18개 상임위 위원장 모두를 민주당에 내어 주더라도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상당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한 것이며 운영위원장 자리도 양보하지 않는 건 윤석열 대통령에 흠집을 내 탄핵 국면으로 유도하려는 속셈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 입장에서 상임위원회 불참 전략을 지속하는 것은 실리도, 명분도 부족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운영에 맞서 국민의힘은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민생현안을 챙기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당정협의의 범위와 횟수를 늘린 형태다. 하지만 입법권이 없는 특위 활동만으로는 정책 입안과 실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상임위 복귀의 필요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주도로 강행한 지난 21일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 입법청문회 이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받아 상임위에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 측 주요 인사들은 여당의 보호와 견제 없이 야권의 맹공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7개 상임위원장 수용에 대해 큰 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등원을 결정한 국민의힘은 앞으로 원내에서 대야 투쟁의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추 원내대표도 "국회를 '이재명의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겠다"며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하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원내로 복귀하더라도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몫의 7개 상임위원회 역시 상임위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주요 현안의 주도권도 쥐고 있어서다. 자구 심사 등의 명목으로 타 상임위 의결 법안을 한 번 더 심의하는 법사위와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준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 주도의 상임위 의결, 법사위 통과, 본회의 처리 등으로 이어지는 입법 독주를 국민의힘 의석수로는 막기 어렵다. 그나마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발동 이후 국회 재의결을 통해 부결시켜 해당 법안을 자동 폐기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재의 요구된 법안의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요건이다. 재의결되면 그 즉시 법률로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상임위를 모두 차지했던 21대 전반기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야당이었기에 보이콧 전략을 길게 가져갈 수 있었지만 22대엔 집권여당인 만큼 국정운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우선 상임위로 돌아가 대야 투쟁 전선을 구축하고 민생 회복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여론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된 것과 관련해 "민생을 위해 협치하라는 총선 민심을 받드는 22대 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겠다, 민생을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의원들의 충정 어린 결단으로 국회 원 구성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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