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때문에 9년전 '포격전'…尹 그래도 9·19 합의 효력정지, 왜?

[the300]김정은, 2015년 8월 준전시 상태 선포…"대북 방송 안 끄면 군사행동 돌입" 협박

2000년 이후 대북(對北) 심리전 중단과 재개 일지.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우리 국민에게 실질적 위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관련 합의를 이미 폐기한 상황으로 우리 측은 이번 효력 정지를 통해 군사활동에 더 이상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정부가 활용을 검토 중인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와 관련해선 9년 전 남북 간 포격전이 있었던 만큼 '대응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주 초에 걸쳐 군사정찰위성을 4차례 발사한 데 이어 각종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며칠 사이에는 오물을 실은 풍선을 잇따라 우리나라에 날려 보내는 등 지극히 비상식적인 도발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주 초에 걸쳐 군사정찰위성을 4차례 발사한 데 이어 각종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며칠 사이에는 오물을 실은 풍선을 잇따라 우리나라에 날려 보내는 등 지극히 비상식적인 도발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軍 "9·19 군사합의 3600여회 이상 위반…서북도서 군사활동 복원"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부로 '남북 간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모든 군사활동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남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포함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합의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9·19 군사합의 공식 위반 사례만 (미사일 도발 등) 20회"라면서 "(서해 5도를 겨냥해)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는 등의 위반 사례를 포함하면 3600여회 이상으로 북한은 사실상 합의를 전편 파기했다"고 했다.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러한 반복적인 합의 위반과 도발에도 지금껏 인내하며 군사합의 조항들을 준수해 왔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GPS(위성항법장치) 교란, 탄도미사일 발사, 대규모 오물풍선 살포 등 우리 국민의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고 재산 피해까지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4일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를 선언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의 한 초소에서 북한군이 진지 공사를 하고있다. / 사진=뉴시스

이어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는 그동안 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서북도서 일대에서 우리 군의 모든 군사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라며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으며 우리 군은 북한 도발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남측 5㎞ 이내에서 여단급 기동훈련과 포사격 훈련 등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의 추가 도발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정식 확성기는 전원을 연결하는 등의 작업이 며칠 소요되지만 이동식 확성기는 곧바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 9년 전 대북확성기 직접 타격…"우리가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로 인해 부상을 당한 하재헌 육군 하사를 격려하고 있는 모습. / 사진=머니투데이 DB

대북확성기는 1963년부터 활용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K팝 등 한류 관련이나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내용 등으로 구성된다. 소리가 잘 전파되는 저녁 시간에는 최대 30㎞ 밖에서도 방송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가 상당해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하는 대상이다.

대북확성기로 인한 남북 간 포격 전례도 있다. 앞서 우리 육군 부사관 2명은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DMZ)에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고 중상을 입었다. 정부는 관련 상응 조치로 약 5년 만에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8월 20일 체제 위협을 느끼고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14.5㎜ 고사총 1발과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포탄 발사 추정 지점을 향해 155㎜ 자주포 29발로 대응 사격을 했다.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휴전선에 인접한 부대들에 완전무장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48시간 내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군사행동에 돌입한다'고 위협했다.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8월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무박 4일간 황병서 북한 노동당 총정치국장과 '54시간의 마라톤' 담판 끝에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부상에 유감을 표명했고 우리 군도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9·19 군사합의 파기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합의를 지키고 이성적으로 행동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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