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재림을 원치 않는 사람들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하남=뉴스1) 이동해 기자 = 4·10 총선 경기 하남갑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이 11일 오전 경기 하남시 감이동 인근에서 유세차에 올라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하남=뉴스1) 이동해 기자
#1 .넷플릭스에 '메시아'란 드라마가 있다. 재림한 예수처럼 보이는 한 남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 마시히'(메시아)로 불리는 남성은 중동 시리아에서 모래폭풍으로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내며 처음 비범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미국에서 토네이도를 멈추고 물 위를 걷는 등의 기적을 선보인다.

사람들은 그를 '주님'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그는 부인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무작정 그가 진짜 신의 아들이라고 믿도록 몰고 가지 않는다. 때론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을 집어넣으며 시청자를 혼란 속으로 몰고간다.

그가 가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는 순간 또 다시 장엄한 기적이 행해지며 시즌1은 막을 내린다. 문제는 시즌2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종교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신성모독이라 비난해도 할 말 없는 내용 아닌가.

그럼에도 뒷 이야기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안 보곤 못 배길 터다.


#2. '재림 예수'를 소재로 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썼다. 러시아의 대문호는 자신의 역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종교와 인간, 사회에 대한 자신의 심오한 사상을 소설 속 액자소설 형태로 풀어냈다.

'대심문관'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16세기 스페인 남부 세비야를 배경으로 한다. 대심문관인 추기경이 이단자 100여명을 화형시키던 날 예수 그리스도가 지상에 내려왔다. 병자를 낫게하고 죽은 아이를 살려낸 그의 정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90세의 대심문관은 그를 체포한 뒤 캐묻는다. "당신이 정말 그리스도요? 아니 상관없소. 어차피 난 내일 당신을 이단자로 몰아 화형에 처할 거요"

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심문관은 거세게 몰아붙인다. "왜 다시 왔소. 당신은 모든 권한을 우리 교회에 맡기지 않았소. 이제 다시 와서 새로운 말을 덧붙인 권한이 당신에겐 없소."

이어 대심문관은 신과 인간, 종교와 자유에 대한 자신의 온갖 신념들을 쏟아내며 예수를 비난한다. 그의 말이 끝나자 예수는 조용히 대심문관에게 입을 맞춘다. 대심문관은 체념한듯 예수를 풀어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이 축약된 이 이야기에 대해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세계문학사의 백미'라고 극찬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3. 2000년 전 예수는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를 넘겼다. 이후 베드로의 후예인 교황들은 신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교회에 모든 것을 맡긴 신은 더 이상 지상에 아무런 메시지도 던지지 말아야 하는가. 도스토예프스키는 대심문관의 입을 빌어 수많은 심오한 물음을 던졌는데, 이건 그나마 가장 가벼운 질문이다.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뽑고 이들에게 경영권을 위임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주주들은 경영진에게 의견을 보탤 수 없는가. 주주의 뜻에 반하는 경영진은 연임이 어렵지 않겠나.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당원들이 경선에서 국회의원 후보를 뽑았고, 그렇게 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들이 지금의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들이 소속 당원들의 의견을 듣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국회의장,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키로 했는데, 맞는 방향이다. 당원들이 지지한 추미애 의원이 당내 국회의장 경선에서 떨어진 뒤 탈당이 속출하자 당원 권한을 늘리자며 내린 결론이다.

물론 원내직 선출은 국회의원의 몫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5G로 실시간 여론수렴이 가능한 시대에 권한위임을 통한 간접 민주주의 원칙만 고집할 순 없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당원들의 마음, 즉 당심이 꼭 민심 또는 국익과 맞물리진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4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만약 당심이 국익과 충돌한다면? 국회의원들의 양심을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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