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김일성도 찾은 롤렉스·오메가…김정은은 IWC까지

[the300]

중고품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이른바 '김일성 에디션'. /사진=이베이 캡처
명품시계시장의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연휴와 가을 웨딩시즌이 찾아온 가운데 대북 제재로 경제 직격탄을 맞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까지 명품시계를 애호한 취향이 드러나 눈길을 끈다.

27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IWC 샤프하우젠'의 포르토피노 모델로 추정되는 시계를 지난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선전용 영상에 출영할 때를 포함한 공개 석상에서 착용하곤 했다. 김 총비서는 2022년 3월 북한 관영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해 공개한 영상에서 IWC 포르토피노 모델을 찼다. 영상속에서 김 총비서가 가죽점퍼를 입고 초재기를 하듯 자신의 왼쪽 손목을 바라볼 때 차고 있던 시계가 IWC 프로토피노 모델인 것으로 시계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2022년 3월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방송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착용한 IWC 포르토피노 모델 시계.

스위스 IWC 샤프하우젠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사진=IWC 홈페이지 캡처

IWC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1600만원선의 가격이 책정돼 있다. 국내에선 고가 예물시계 대명사로 통용돼 왔던 스위스산 '롤렉스'만큼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롤렉스와 비슷한 가격대에 심플하면서도 격조가 느껴지는 외향을 갖춰 시계 마니아들은 물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탄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포르토피노 모델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착용한 장면이 포착된 적도 있다.

롤렉스·오메가 착용 장면이 언론에 노출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억원 넘는 파텍필립 시계 애호가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처럼 김 총비서도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보여줬던 명품 시계 애호 취향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된 이후는 공개석상에서 명품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노출되지 않았다.
세계 지도자들의 시계. /사진=스웨덴 시계브랜드 IFLW 홈페이지 캡처
김 총비서의 명품시계 사랑은 할아버지인 김일성부터 대대로 내려온 취향이며 북한의 통치술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1960년대 고위층 간부들에게 스위스제 롤렉스나 금으로 된 오메가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베이 등 해외 경매사이트에 김일성의 이름이 시계 원판에 새겨진 상태로 올라오는 '김일성 오메가'가 바로 이런 시계로 추정된다. 이베이에는 김일성 오메가가 1만4673달러(1984만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의 경우 1995년부터 10년간 스위스 명품시계를 2400만달러 규모 수입했다는 스위스시계산업연합의 분석이 존재한다. 김 총비서도 롤렉스, 오메가 등 시계를 간부들에게 선물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따라 각국의 사치품 수출이 금지된 국가여서 김 총비서가 찼던 시계와 관련,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정부 당국에선 나온다.

(서울=뉴스1)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 건물을 건축하고 기존 건물을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지난 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에서 건물 신축·보수 등의 정황이 포착된 모습. (암스컨트롤웡크)2022.3..8/뉴스1
2016년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에 따라 같은해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결의 2270호상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는 '손목시계, 회중시계 및 케이스가 여타 귀금속 또는 귀금속 도금으로 제작된 고급시계'가 포함돼 있다.

흔히 명품 시계라고 불리는 시계들은 대북 금수조치 적용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정부 당국에서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IWC 시계는 사치품 판정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명품 시계들이 세일즈 포인트로 내건 시계침의 유려한 무브먼트(시계 구동 장치) 등을 지목하며 "무브먼트가 있다면 100%겠고 길거리를 걷다가 하나 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모두 사치품으로 간주될 것같다"고 했다.

이같은 사치품 애호 취향이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난과 민생고를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 국회에 북한의 옥수수 가격이 작년 1분기 대비 약 60%, 쌀 가격은 30% 가까이 올라 김 총비서 집권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상태다. 아울러 아사자 발생 규모도 예년의 3배라는 추정치를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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