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에 국민의힘 "법치 몰락" 격앙…속으론 웃는다?

[the300][MT리포트] '구사일생' 이재명의 귀환⑤

편집자주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구속 위기를 넘겼다. 정치적으로 부활한 이 대표가 내년 총선을 넘어 그 이후까지 야권의 중심 역할을 지킬 수 있을까. 남은 혐의들에 대한 수사와 대선 출마 자격이 걸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등이 이 대표 정치 인생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무권구속 유권석방' , '법치몰락 정의기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9.27.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 대해 국민의힘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면서 여당이 1년 넘게 이어온 대야 공세가 일정부분 명분을 잃게 돼 단기적으로 타격은 불가피하단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진 않은 만큼 내년 총선 등에서 여권이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전날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우선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가 제1 야당 대표란 이유로 편향된 결정을 내렸단 주장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으로 인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재차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흩어진 양심을 가까스로 모아서 바로 세운 정의가 맥없이 무너져버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양심 있는 의원들의 결단, 정치 심폐소생술로 어렵게 살려낸 정의가 김명수 체제가 만들어놓은 편향적 사법부의 반국민적 반역사적 반헌법적 결정에 의해 질식당해 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결정은 어지간하면 존중하고 싶지만 이건 도무지 존중할 수가 없다"며 "이번 일은 김명수 체제 하에 법치주의가 계속 유린당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법원의 판단이 순수하게 법리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민주당과 강성 지지층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유감을 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3.09.27. /사진=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모순적 결론을 가진 기각 사유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된다면서도 증거인멸 가능성은 없다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의총 이후 '무권구속 유권석방', '법치몰락 정의기각'이라 써진 피켓을 들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 원내대표는 비상의총 직후 보고에서 민주당이 대통령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한 것에 맞서 "범죄 사실 소명 부분에 대한 이 대표의 사과와 당대표 사퇴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법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여당이 사법체계를 흔드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되, 이 대표의 혐의가 일부 소명된 부분을 부각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지 않는단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백현동 개발 사업 비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의혹 등 세 가지 구속영장 청구 혐의 중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고 봤으며, 백현동 의혹에 관여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3.09.27. /사진=뉴시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기각 사유 설명을 보면 이 대표로서 속시원한 내용은 아니고 찜찜한 내용이 들어 있다.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라며 "여야 모두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영장 기각으로 민주당 친명 체제가 공고해지고 내년 총선을 이 대표를 간판으로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는 여권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여당이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재명 변수'가 살아남은 점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민주당의 리더십이 바뀌고 혁신하면 국민의힘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며 "민주당으로선 영장 기각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국민들은 이 대표의 단식이 '방탄용'이었단 것을 모두 지켜보지 않았나. 이 대표는 더 강화된 친명체제를 구축하게 됐지만 국민 신뢰를 잃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사실상 치명상을 입으며 잔여 사건에 대한 수사 동력도 약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기대지 않는 독자적인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여당으로서 민생과 경제를 챙기며 국민 지지를 얻는 정공법으로 전환해야 한단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추석을 이틀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9.27. /사진=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이제부터라도 이재명에만 매달리는 검찰 수사 정치는 버리고 여당다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썼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기각 결정이 면죄부는 아니지만 이 대표에 대한 여권의 공세는 오늘 이전과 이후에 파급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약간의 불씨는 남았지만 이 대표는 2년여간의 사법리스크 터널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이재명 체제를 인정하고 전략을 대수술 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정국은 이 대표의 당내 갈등 관리 역량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이 대표가 가결표 색출하고 비명계 솎아내면 법원 결정의 의미는 반감되고, 당 안정화에 나서면서 민생에 집중하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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