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에 멈춰선 국회…'머그샷법' 등 민생법안 처리 막혀

[the300]국민의힘 "민주당 원내지도부 구성되면 10월 초 본회의 협의"…대법원장 공백도 현실화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중인 이재명 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3.09.22. /사진=뉴시스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졌다.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동시에 가결되는 초유의 사태로 여야가 극한 대치에 빠지면서다. 야당 원내지도부 사퇴로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는 사실상 멈춰섰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을 위한 25일 본회의는 무산됐다. 당초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회동을 통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25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키로 협의했으나 야당 원내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임명동의안 표결도 해보지 못한 채 대법원장 공백이 현실화됐다.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통과를 목전에 뒀던 민생 법안 수십 건의 처리도 기약 없이 밀렸다.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 공개법', 익명 산모도 출생신고가 가능하게 하는 '보호출산제' 등 한시가 시급한 민생법안이 정국 마비에 발목잡혔다. 10월 둘째 주부터 약 3주간 국정감사 일정이 예정돼 있어 자칫 민생법안 처리가 수개월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본회의가 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새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구성된 다음에 협의를 통해 신속히 본회의 날짜를 정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 패닉에 빠진 민주당 내부 상황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선 공개적으로 이탈표 색출에 나서는 등 친명계와 비명계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26일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엔 김민석·남인순·홍익표 등 친이재명(친명)계 3선 중진 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 강대강 대치 속에서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간 비명계이자 온건파로 분류됐던 박광온 원내대표와 비교적 원만한 호흡을 보여왔다. 상대적으로 강경파가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맡게 되면서 여야간 협상이 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일정에 대해 "새로운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어떤 색채를 가질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80여건의 민생법안 처리가 남아있기 때문에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는 대로 조속하게 10월 초라도 본회의를 날짜 잡아 처리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 21일 본회의 상정을 시도했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전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밀어붙인다면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며 "이 법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국회의장께 최대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ㅍ

26일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퇴 여부, 내년 총선까지 공천권을 쥐는 '옥중 공천'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극한 혼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였다는 역풍이 불면서 국민의힘 역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지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이 강화될 수 있지만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며 일각에선 분당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국민의힘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성공적 마무리를 촉구하면서, 이를 위해 민주당이 이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들과 결별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내홍이 민생·경제를 다뤄야 할 국회 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라 정상화를 향한 도도한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잔당들의 저항은 당랑거철일 뿐"이라며 "한 줌 흙에 불과한 개딸들이 아무리 버텨봐야 찻잔 속 태풍"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하루빨리 '개딸의 늪'에서 빠져나와 상식과 이성을 찾고, 국민을 위한 공당의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오직 상식을 갖춘 합리적인 국민만 바라보고 흔들림없이 국회와 민생정치의 복원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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