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표 색출" vs "십자가 밟기"…李 체포안 놓고 野 내홍 격화

[the300]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단식 투쟁 16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의 내홍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내에서 가결표를 색출하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십자가 밟기"라고 맞서는 등 오히려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원내지도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에 제출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1일쯤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관련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원내부대표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단체나 의원모임에 접촉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주요 모임 가운데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이날 원내대표와 면담했고,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와 김근태계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등이 오는 19일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가·부결은 물론 총의를 모으는 방식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대부분 부결 의견으로 보이지만 가결하지 않으면 당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의견도 분명히 있는 상황"이라며 "부결해야 한다는 주장 내에도 '당론으로 해야 할지'를 두고 또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장외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같은 당 의원들을 상대로 '체포동의안 부결 인증 릴레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의원들에게 부결·가결 여부를 물은 뒤 답변을 받은 문자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들이 만든 홈페이지에는 부결 의사를 밝힌 의원, 답변하지 않은 의원들이 정리돼 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등 친명계 원외 모임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유력시되는 오는 21일 인간 띠 잇기로 국회를 포위해야 한다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은 "이번에 가결 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하고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 체포동의안 가결을 선언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더라도 분열의 길로 가지 않을 방법은 대표가 6월에 말씀하셨듯 가결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명계의 부결 인증 압박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며 "십자가 밝기"라고 평가했다. 십자가 밟기는 중세 일본에서 기독교도들을 가려내기 위해 십자가를 밟도록 강제한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뜻한다.

이견이 분명한 만큼 당내에서는 원내지도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의견 수렴을 토대로 체포동의안 표결 대응 방침을 정한 뒤 의원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원내지도부는 자연스럽게 총의가 모일 수 있도록 도울 뿐, 직접 방향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가결·부결도 그렇고 방법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럴 때 지도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원내지도부에서 당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정하고, 이를 의원총회에서 제안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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