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딴세상 '文정권의 집값' 이상하다 했더니…"조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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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위령광장 추모제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018년과 2020년, 2021년 세 차례 4·3 추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2023.04.03.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되겠습니까"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문재인 정권의 집값 통계조작 실태는 적나라했다. 국민의 일상 생활에 가장 밀접하고 그만큼 민감한 경제지표인 주택 가격 통계를 정권의 입맛대로 쥐락펴락한 사례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청와대(대통령비서실)가 압박하고 국토교통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면 국가통계를 책임지는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부동산원)이 실행에 옮겼다.



부동산원의 12번 요청에도 '묵살'…"文정권 청와대, 불법 자료 4년 이상 제공받아"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으로부터 작성 중인 통계자료(주중치)를 불법적으로 사전 제공 받았다. 통계법 제39조 제1항에는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표 되기도 전에 다른 행정기관 등에 유출되면 통계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부동산원은 처음에는 정권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시 부동산 원장(직무대행)에게 직접 주중조사를 요구하는 연락을 넣었고 결국 부동산원은 2017년 6월12일부터 주중치(화~목 조사, 금 보고)와 속보치(화~월 조사, 월 보고), 확정치(화~월 조사, 화 보고)로 구분해 청와대와 국토부에 주 3회 제공하게 된다.

이 때부터 문재인 정권 청와대와 국토부는 불법 제공받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집값 상승률 수치가 낮게 나오도록 임의의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본격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특별수사본부가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전현희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자신에게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표적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3.9.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불법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부동산원은 주중조사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부동산원은 2017년 8월부터 모두 12차례에 걸쳐 중단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묵살했다. 불법 자료제공은 정권 말인 2021년 11월12일까지 4년 이상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중단은커녕 오히려 불법적 사전제공 범위를 더 확대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2020년 2월에 같은 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매매도 추가로 조사하게 했다. 이어 7월31일 소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에 전세가격이 상승을 보이자 이번에는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서울의 전세가격도 주중조사해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집값 하락으로 수치 돌변


통계조작의 목표는 집값이 안 오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는 것처럼 숫자가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자고나면 뛰어오르는 아파트값으로 시장이 요동치고 청년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하고 '벼락거지'(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이 상대적으로 급감한 무주택자 등) 가장들이 가슴을 치는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평온'했던 이유가 이런 조작 때문이었다는 게 감사원이 밝힌 내용이다.

조작의 과정은 대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런 식이다. 2019년 6월17일 청와대는 서울 강남구 주중치와 속보치를 보고받고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요?"라며 국토부와 부동산원을 압박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집값이 무섭게 뛰고 있는데 국가통계에는 반영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그러자 국토부 내에서는 "보합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며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조정해 달라고 해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되겠습니까" 등 부동산원을 압박하는 지시가 오간다. 마침내 부동산원은 매매 통계를 1억1000만원 낮춰 '-0.01%'를 만든다. 별안간 집값이 마이너스가 된 셈이다.

2019년 8월 국토부는 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7월4일에는 부동산원 측이 국토부로 불려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부동산원의 옛이름)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는 발언을 듣기도 했다. 부동산원 원장은 주변의 만류로 사퇴하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국토부의 주택통계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 관련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0년 총선 직전엔 더 노골적…"10주간 하락 압박해 조작"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노골적으로 조작이 실시됐다. 감사원은 "2020년 2월 청와대는 여당(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여론 반발 등을 우려해 수도권 규제지역 지정 등의 대책을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며 "2020년 2월 2주차부터 4월 2주차(총선 직전)까지 10주간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변동률 상승 사유를 반복 확인하도록 하는 등 변동률 하락을 압박해 조작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조작으로 눈속임을 했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2020년 6.17 대책, 7.10 대책 등 문재인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쏟아낼 때마다 그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압박과 조작'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확인한 조작만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회다.

감사원은 "게다가 청와대와 국토부는 언론 등에서 통계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은폐하면서 계속 통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2019년 11월1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행사'에 관한 경찰청 정보보고가 있음을 알고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2020년 8월19일 청와대 '부동산 통계 개선방안' 회의에서는 김상조 당시 정책실장이 "적극적으로 감정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문제 제기하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라고 국토부를 질책하기도 했다는 게 감사원이 밝힌 내용이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퇴임인사를 하고 있다. 2021.3.29/뉴스1


"조작 감추려 '재차 조작'하기도"…직전가격 23.4억→27억으로 수정해 변동률 0%로


감사원은 급기야 통계 조작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표본가격 현실화' 등을 하는 과정에서 재차 통계 조작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번 거짓말을 하니 이를 감추려 또 거짓말을 하게 된 꼴이다. 감사원은 "표본가격 현실화는 정상적으로 통계가 작성됐다면 시장가격과 표본가격 간의 격차가 크지 않아 필요하지 않은 작업"이라며 "통계조작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본가격 현실화를 통한 조작은 간단했다. 감사원이 실제 사례로 제시한 바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아이파크(150㎡)의 경우 2019년 1월 2주차 표본가격 27억원 입력 후 전기(1월 1주차) 표본가격 23억4000만원을 27억원으로 수정해 변동률을 0%로 만들어 버리는 식이다. 수정하지 않았다면 주간 집값 상승률은 무려 13%였지만 단번에 통계상으로 집값은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은 게 됐다.

전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정책 설계와 추진에서 그 근간이 국가통계인데 이를 정권의 이익을 위해 조작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참모를 포함한 관련자 22명을 13일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최종 진실이 가려지겠만 혐의가 일부라도 사실로 확정된다면 참모들을 지휘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집권세력이던 민주당에는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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