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포퓰리즘'에 맞서는 방법 [우보세]

[the3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거수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하자 임이자 국민의힘 간사가 항의하고 있다. 2023.2.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한강 변으로 난 길가엔 길쭉한 미루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앙상한 미루나무 사이를 지나 오가는 이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날이 좋아지면 삭막한 빌딩 숲속에서 벗어난 많은 시민들이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한강 변 곳곳에 심어져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미루나무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美)에서 온 버드나무(柳)라고 해 미류나무, 양버들이라고도 불렀다. 영어로는 '포플러(poplar)'라고 한다. 포플러는 인민이나 대중 을 뜻하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포플루스에서 유래한 단어 중 우리가 자주 쓰는 게 하나 더 있다. 신문 헤드라인에서 자주 보이는 '포퓰리즘(populism)'이다. 포플러 나무와 마찬가지로 포풀루스에서 유래한 만큼 사전적으로는 '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정치에 투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포퓰리즘은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대중들의 요구에 정치인이 영합해 국익을 무시하고 지지율만 챙기려는 행태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한다. 많은 경우 포퓰리즘이라는 단어 앞엔 '망국적'(나라를 망치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10년 전후로 등장한 무상 시리즈(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보육 등)를 비판하는데 포퓰리즘이 사용되면서 부정적 뉘앙스는 더욱 강해졌다.

장기적 파급효과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다수라 생각하는 '지지층'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망국적 포퓰리즘'의 말로는 이미 아르헨티나 등 일부 남미 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목도한 바 있다.

#2. 2023년 대한민국 국회엔 정치가 사라졌다. 대화와 타협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다. 여와 야가 서로 민생을 얘기하면서도 협상은 하지 않는다. 169석 거대 야당은 머릿수로 법안을 밀어붙인다. 야당이 밀어붙이는 법의 태반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정에서 의무적으로 양곡을 매입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같은 게 대표적이다.

노동조합이 파업해도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게 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노란봉투법', 정부 재원으로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학자금 무이자법'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 사정과 국가적 재정 부담은 고려치 않은, 대중적들의 인기만 고려한 법안들이다. 115석에 불과한 여당은 상임위원회 등에서 산발적으로 저항을 해보지만 국회의장까지 차지한 야당을 넘어설 재주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국민의힘으로선 소수 여당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야당을 여당의 지원 없이 맞서기는 어렵다. 여당 안팎에서 '대통령 역할론'과 '당정일체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의석 수에선 밀리지만 여당의 뒤엔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있다. 당을 대표해 선거에 나가 이긴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뒤도 당이 든든하게 받쳐줘야 한다. 동시에 포퓰리즘에 맞설 수 있는 유능한 정책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게 지금 집권여당이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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