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부끄러운 역사" 단 한줄 입장문에 담긴 깊은 분노

[the300]'이상민 탄핵안' 가결에 참담한 여권 "할말 잃는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국빈방문, 스위스 다보스포럼 등 순방일정을 마치고 21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3.1.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국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안(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대통령실은 참담한 분위기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오직 특정 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남용한 사례로서 사실상 국회의 역할과 기능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봤다.

대통령실은 8일 오후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직후 단 한 줄의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대통령실은 공지문을 통해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입장문이 짧은 것에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대통령실의 깊은 분노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입장문에 모든 의미가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우선 이번 사태를 의회주의의 포기라고 판단했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가결 조건은 갖췄지만 실제 탄핵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숙고는 없었다는 얘기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정당이 마음대로 권한을 행사한다면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하는 의회주의는 존재하기 어렵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민주당 스스로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헌법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국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것으로 본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란 대통령실 입장의 의미와 연결된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다. 2023.02.06.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탄핵안 추진에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에 하는 건데 이상민 장관이 과연 무엇을 위반했는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탄핵이 된다면 헌정사에 나쁜 선례가 된다고 (학자 등 전문가들이) 지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장관에 대한 탄핵 강행에는 국정 발목잡기를 넘어 사실상 대선 불복의 의미도 포함됐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관련한 각종 입법 사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가운데 해임건의안에 이은 탄핵소추안 가결은 국민이 뽑은 정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대통령실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후속 인사 조치도 이뤄질 수 있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 장관의 직무수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장관급에 해당하는 실세 인사를 행정안전부 차관으로 임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3.02.08.
한편 여권에서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같은 맥락에서 일제히 성토가 쏟아졌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구체성도 없고 그야말로 정치적 탄핵 아니냐"며 "탄핵소추가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민주당이) 스스로 구렁텅이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친윤계 핵심 의원인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도 탄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강행하는 이유는 직무 정지를 통해 오히려 국가의 행정 안전 업무의 공백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또한 이재명 당 대표의 비리를 덮어보려는 성동격서"라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날마다 몸집을 키우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장관 탄핵소추안으로 맞불을 놓아 비리 혐의의 범죄를 덮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자 오만"이라며 "민주당은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에 기어코 헌법재판소까지 끌어들이며 사회적 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 의원도 "민주당의 정치 파탄, 국정 발목잡기에 할 말을 잃는다"며 "민주당의 오늘 횡포는 결국 자살골이 되고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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