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하는 국회' 약속, 실천을 바란다

[the300]

지난해 국회를 되돌아보면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여야가 정쟁에 골몰하면서 입법부 본연의 업무를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협치는 말뿐이었고 상대 진영을 힐난하는 편협한 행태로만 일관했다.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 확산을 자초했다. 국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마저 불러일으켰다.

민생과 직결된 쟁점 법안들은 결국 해를 넘겼다. 여야는 2023년 예산안 합의에서 일몰 조항을 포함한 법안들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를 규정한 화물차운수사업법과 30인 미만 사업장의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일몰 도래로 관련 업계와 기업 현장의 혼란이 예상됐음에도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여야 갈등으로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한을 한참 넘겼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강행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농해수위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바로 넘기는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대선 직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단독 처리한 행태를 반복했다. 국민의힘은 수적 열세의 한계점을 부각했지만 야당 설득에 실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야는 '입법 공백' 사태도 방관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불합치 결정을 내려 조속한 개정이 필요한 조항이 40건에 달한다. 낙태죄 폐지(형법), 통신자료 제공 시 사후 통지절차 마련(전기통신사업법), 근친혼 무효(민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야는 찬반 논쟁이 팽팽하거나 여론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 개정을 미루기만 했다. 입법 공백의 장기화로 여러 폐해와 부작용이 커져만 간다.

21대 국회 4년차인 올해는 굵직한 선거가 없다. 입법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다. '일하는 국회'는 21대 국회의 대표적인 캐치프라이즈다. 일을 더 잘하겠다며 국회법까지 바꿨다. 아직은 허울 좋은 구호에 그쳤다. 올해만큼은 여야가 정책과 입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길 기대한다. 국민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일 잘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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