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다세대, 포르노와 빈곤포르노

[기자수첩]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글로벌 개발 파트너십을 위한 지평 확대'를 주제로 열린 제15회 서울 ODA(공적개발원조) 국제회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2.9.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인적으로 '세대(世帶)와 다세대(多世帶)의 난제'라고 부르는 표현 문제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을 훑어 보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여기에는 일본식 표현인 선착장, 선반을 각각 '나루(터)'로 '돌이판'으로 순화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세대는 가구로 바꿔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 관련 취재를 할 때 '함정'을 만났다. 건축법, 주택법이다. '다세대주택'(多世帶住宅)과 '다가구주택'(多家口住宅)은 엄연히 구분된다. 전자는 구분소유가 가능해 각 호마다 개별등기, 분리매매가 가능한 반면 후자는 전체가 하나의 건물로 간주되며 구분소유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느날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꿔 부르면 주택시장이 뒤흔들리는 '충격파'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소유권 인정·거래 여부가 걸린 일이어서다. 다행인지 자료집에서 다세대주택까지 순화 대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세대와 다세대주택은 서로 다른 단어이고, 후자의 대체어가 마땅히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순화어 함정'이 떠오른 것은 김건희 여사의 의료 방문을 계기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빈곤 포르노' 주장 때문이다. 포르노의 성(性)적이면서도 불건전한 분위기가 논란을 고조시켰다.

물론 장 의원이 사실과 다른 터무니 없는 문제 제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르노와 빈곤 포르노가 상이한 단어라는 것은 맞는다. 세대와 다세대주택이 서로 다른 말인 것처럼. 영국 맥밀란 사전에는 빈곤 포르노가 "빈곤 이면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 오락의 한 형태로 제시하는, 빈곤과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프로그램 및 기사"라고 적혀있다.

사전적으로만 보면 성적인 함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정의지만, 김 여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그 사진보다 중요한 윤 대통령의 한·미, 한·미·일, 한·일 연쇄 정상 회담 내용 등 국가의 앞길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담론이 묻혔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일방적인 수혜자·공여자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개발 협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간과됐다. 원조 수혜국이 '빈곤 포르노'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자립 불가능하고 수동적 존재로만 그친 게 아닌 것이다.

우리 역시 한때는 일방적 원조 수혜국이었다. 지엽적 논란은 뒤로 하고 개발 협력으로 독보적 성과를 거두는 길을 연구하는 게 보다 건설적인 일 아닐까. 이것이 빈곤 포르노의 진짜 교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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