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청문회된 예산국회…한덕수·이상민 사퇴 공방에 정책 '뒷전'

[the300](종합)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정부의 내년도 첫 예산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시작됐지만 정책질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이태원 사고와 관련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야당은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관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거취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野 "한덕수·이상민·윤희근 등 자진 사퇴해야"…한덕수·이상민 "사고 수습에 전념, 사퇴의사 밝힌 적 없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종합정책질의에서 "회의 석상이 아닌 제대로 된, 공식적으로국민께 드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등 관계자의 경질과 사퇴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를 향해 "아직도 자진 사퇴하실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수사를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이어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정 의원의 같은 질문에 "책임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금은 우선 사고 수습에 전념하면서 유족을 위로하고 병상에 계신 분들의 쾌유를 돕는 게 가장 급한 일이다. 지금 더 중요한 일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이 장관의 면피성 발언 등의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으로부터 사의 요청을 받지 않았는지 물었고 이 장관은 "아직까지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이어졌다. 이에 윤 청창은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현재 상황을 수습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길이 더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고 사의 표명 요구를 일축했다. 윤 청장은 '대통령에게 사퇴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꼬리 자르기만 시작되고 있고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이태원 사고에 국가는 없었다" 정부 책임 인정…'참사 희생자' 용어도 정정


한 총리는 사퇴 요구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정부의 책임은 인정하는 자세를 보였다. 한 총리는 '지금 우리 청년들이 6시34분 국가는 없었다고 정부 책임 묻기를 시작했다. 청년들이 저렇게 이야기하는 게 잘못된 건가'란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에 치안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며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이 언급한 '6시34분'은 이태원 참사 당일 112에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첫 신고가 들어간 시간을 의미한다. 정의당·진보당 등 진보정당 청년조직들은 지난 2일부터 매일 오후 6시34분부터 1시간 동안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진복 대통령 정무수석 역시 "처음부터 저희들이 비상근무를 할 사안이라고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이런 사고들이 생길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챙겼는데 아마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이후에 갑자기 군중이 모이다 보니 판단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며 '사고 사망자'와 '참사 희생자' 용어 논란에 대해서도 "지금으로 봐서는 참사이기도 하고 또 희생일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사고 사망자'와 '참사 희생자' 용어 논란에 대해서도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임무를 가진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지금으로 봐서는 참사이기도 하고 또 희생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2022.11.8/뉴스1


이태원사고 청문회 방불…정책 질의 뒷전에 '준예산' 편성 우려


이처럼 이태원 사고의 책임 소재와 추궁에 의원들의 질의가 몰리다보니 내년도 예산 심사와 사업별 타당성, 주요 예산의 규모 증감 논의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원안 사수 기조를 견지하고 있고 국민의힘 역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약 2조원 증액된 수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감액된 5조6000억원을 최대한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산 심사에 난항을 예고했다. 그외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부자 감세'와 지역화폐예산 등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이 전액 삭감되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 쟁점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이태원 사고 현안 질의에 묻혔다. 다만 노인 일자리 예산의 경우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전향적 검토'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양측 이견이 큰 상황에서 예산 심사가 심도 있게 이뤄지지 못한 만큼 전년도 예산에 준해 임시집행을 위한 '준예산'이 편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이는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12월31일까지 처리되지 못했을 경우 잠정 편성하는 예산이다. 다만 1960년 준예산 제도 도입 이래 실제 편성된 사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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