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재난관리' 입법 재추진… 2년 전 폐기된 이유는?

[the300]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일부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 2022.10.1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가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대상에 카카오, 네이버, 구글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추가하는 입법 규제를 추진한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 대비를 강화하고, 정부가 사전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법안 처리의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고 이중·과잉 규제 부작용 우려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정 "부가통신사업자 '재난관리·이중화' 의무화 법안 추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2.10.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여당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과 카카오에 적극적인 피해 구제 요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선 이중화가 현재 안 돼 있기 때문에 이중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래서 당에서는 박성중, 최승재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다"며 "국민 생활에 상당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에 대해서도 이중화를 서두르도록 국회에서는 입법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입법되기 전에 현장 점검하고 이중화 안 돼 있는 곳에 행정권고를 통해 이중화할 수 있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과 최승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대상에 포함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행 여부를 지도 및 점검할 수 있으며, 보완사항에 대한 시정 명령도 가능하다.

두 의원의 법안에는 데이터 보호를 위해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에 물리적, 기술적 보호조치를 재난관리기본계획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데이터 이중화 조치를 의무화하겠단 취지다.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대상에 데이터센터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를 추가하는데,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의무가 있는 대규모 사업자로 한정하는 차이가 있다.

성일종 의장은 "워낙 큰 사건이기 때문에 연말 이전에라도 (법 개정을) 할 수 있으면 하겠다. 여야 협의해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법안 재추진… 과방위에서 '끼워넣기' 처리


박선숙 전 민생당 의원. /사진=뉴스1.

IDC 운영 부가통신사업자를 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에서 20대 국회에서 박선숙 민생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이중·과잉 규제 부작용 우려로 법사위를 넘지 못했는데 과방위에서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2020년 5월 6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박 의원은 자신의 법안을 함께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원 법안은 당초 여야 간사가 합의한 상정 예정 안건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다. 장석영 과기부 2차관은 입법 취지에 공감하나 적용 대상과 사업자 영향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소위는 논의 끝에 적용 범위와 사업자 책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내용을 넣어 의결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다음 날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박 의원 법안 처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마치 예측 불가하게 그렇게 끼워넣기 식으로 특정 법안을, 더구나 여러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 반발도 예상되고 여러 파급효과도 있을 수 있는데 소위 위원 몇 명이 동의하면 다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과잉 규제 우려도 지적했다. 당시 표결까지 거론됐으나 이 의원의 우려를 소수의견으로 반영해 의결했다.

당시 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단체들은 법안 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쟁점 법안 졸속 처리를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사위에선 '법 체계, 과잉 규제' 문제 제기… 결국 임기만료 '폐기'


2020년 5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5.20/뉴스1

같은 달 20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법률 체계상 문제와 과잉 규제 우려가 제기됐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지상파방송·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IDC 사업자를 같이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앞에는 엄격하게 허가를 득해서 운영되는 사업자고 IDC는 그런 사업자가 아니다"며 "같은 규제 대상으로 들어가는 게 조금 안 맞다, 체계상. 논의 과정에서 빠져 있다가 막판에 이게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IDC는 다른 방송통신사업자와 달리 자기들이 고유의 데이터를 보존하고 있는 상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 또 프라이버시 침해를 굉장히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정보통신망법이나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 관련 법에 해당 조항을 신설해야 법 체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것은 체계가 안 맞는다. 21대 가서 해도 늦지 않는다"며 "체계를 한 번 더 심사해서 법사위에서 거르는 것은 법사위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해당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이날 회의가 20대 국회의 마지막 법사위 회의로 해당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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