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용산에는 2개의 정부가 있다

[the300][종진's 종소리]

편집자주필요할 때 울리는 종처럼 사회에 의미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탬이 되는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우리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차이를 아느냐" 한 대통령실 직원이 물었다. 자기가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어공(정치권 등 비직업공무원 출신)들은 '우리 정부'라는 표현을 잘 쓰고 늘공(직업공무원)들은 '윤석열정부'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치열한 과정을 거쳐 정권교체를 일궈낸 이들의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엘리트 관료들의 객관화와 냉철함이 각각 묻어나는 셈이다.

현재 용산의 주도권은 검찰과 부처 출신의 '늘공'들이 잡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통상 정권 초반에는 실세 어공들의 장악력이 센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기에 나타난 특징일 수도 있다.

# 늘공이든 어공이든 열심이다. 밤늦도록 환한 불빛은 용산 청사의 상징이다. 대부분이 각 분야 최고의 능력자라는데 이견도 없다. 성품도 훌륭한 사람이 많다. 누가 봐도 '슈퍼 갑'인 한 고위 인사는 누가 봐도 '을'인 손님이 방에 찾아오더라도 고개를 돌려 음료수를 마실 정도로 겸손하다.

조건은 열악하다.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만의 문제가 아니다. 500명이 넘던 과거에 비해 100명 이상 인력을 줄인 탓에 비서관실마다 일손 부족에 허덕인다. 밤낮도 공휴일도 없는 대통령실 업무지만 여전히 법인카드는 밤 10시 이후 결제가 안 되고 주말 사용은 소명을 해야 한다. 한도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를 보완할 특수활동비는 대폭 줄어 자기 주머니를 터는 직원도 나온다.

# 그야말로 고군분투지만 지지율은 낮다. 대통령부터 참모까지 저마다 몸을 던지지만 성과보다는 종종 잡음이 부각된다. 윤활유 없는 뻑뻑함이 계속된다. 늘공의 전문성과 어공의 유연성이 조화되지 못한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본질에 집중하는 탄력이 안 보인다.

예컨대 대통령실 축소는 민간 주도의 대원칙 속에 만기친람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이었다. 그게 국정을 제대로 이끄는 방향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정을 위해서는 무조건 줄이기보다 때로 채울 필요도 있다. 가령 '여성수석'을 신설한다면 어떨까. 여가부 폐지가 파괴가 아니라 창조적 파괴임을 그 자체로 보여줌과 동시에 광범위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회수석실의 일을 일정 부분 나누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 새 정부 출범이 벌써 6개월째다. 확실히 내세운 건 밖으로는 한미동맹, 안으로는 감세와 재정 건전성이다. 물론 이것 자체로도 의미는 상당하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일 뿐 정상을 뛰어넘어 비상하는 조치는 찾기 어렵다. 민간에서 윤 대통령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규제혁신 부문에서는 아직 어떤 간판 상품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어쩌면 가장 정치인답지 않았던 0선의 윤 대통령에게 걸었던 국민의 바람은 상상력과 돌파력에 기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논란의 인물을 기용해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과거 정권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정의를 바로 세우면서 지지율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한 대통령'을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색깔과 브랜드가 절실하다. 거침없이 '윤석열다움'을 보여줘야 한다. 되든 안 되든 그래야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다.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면 결국 국민이 심판한다. 2024년 유권자의 마음 속에 윤석열정부를 '우리 정부'로 심을 수 있느냐에 정권의 운명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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