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정' 없는 국감 '국회 불신' 키운다

[the300]

국회가 다음 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정권교체 이후 첫 국감으로 윤석열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국정 역시 감사 대상이다. 하지만 국감 시작 전부터 국정보다는 정치 이슈에 골몰하는 '정쟁 국감', '맹탕 국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 갈등이 국감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정책을 외면한 채 국감을 통한 여론전 계산에만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김건희 국감'으로 치를 태세다. 지난 23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의혹과 관련해 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사상 초유의 주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증인으로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김 여사와 김씨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국정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 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집권여당으로 첫 국감을 맞는 국민의힘은 당 안팎 악재로 국감은 뒷전이다. 국감 준비에 전념해야 하는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출범 2주 만에 국감에 돌입하는 주호영 원내지도부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감을 통해 새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를 뒷받침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야당 탓만 한다.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지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도 여론의 이목이 쏠릴 만한 이슈를 발굴하지도 못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이는 법적 분쟁은 국감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일단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보는 관행은 여전하다. 기업인 증인 신청 경쟁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실제 국감에서 기업인의 증인 필요성보다는 해당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상당수다. 국감은 기업을 감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국정과 연관된 사안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감에서 국정이 사라지고 정쟁과 여론재판으로 채워진다면 국회를 향한 국민 불신만 커질 뿐이다. 여야가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자충수를 두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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