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앞선 한일회담·48초 한미회담…도마 오른 尹 정부 외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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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계기 미국 뉴욕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일·한미 정상회담이 다소 축소 진행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외교력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외교참사'를 거론하며 비판했고,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회담 동시 발표' 어겨…尹-기시다 만남 성사까지 난항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우리 정부가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한 빠른 개선을 시도하다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유엔 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에 관련해 "흔쾌히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하며 "구체적인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사히신문은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 측이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두고 일본에서 지지율이 급락하며 입지가 좁아진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민감한 정치사안을 놓고 마주앉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에도 한일 정상 간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에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수년간 최악으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2년 9개월만의 정상회담을 개최해 물꼬를 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섣불리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함으로써 일본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회담 성사에 난항을 겪은 것은 전략적 실책이란 지적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2일 뉴욕 브리핑에서 "한일 회담은 전례에 따르면 동시 발표가 일종의 관례였다"며 사실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다소 강박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빨리 성과를 내려다 보니 다소 무리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양 정상이 만나서 첫 걸음을 떼었다"며 "한일 간에 여러 갈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떼었다는 이게 큰 의미"라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이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시다 총리가 있던 건물로 찾아간 것을 '굴욕외교'라고 보는 것은 무리란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일본 취재진이 해당 건물에서 대기하고 있던 반면 한국 기자단은 공지를 받지 못하는 혼선이 빚어졌다.

대통령실은 회담하기까지 철저한 보완 유지를 양국이 합의한 탓에 약속을 지켰다며 일본 측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위를 통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었는지에 대해서 문의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48초' 한미정상회담…'막말'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미정상회담이 48초간의 짧은 환담으로 대체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통역 시간을 감안할 때 48초 안에 IRA(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화스와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토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탓이다.

대통령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 변경으로 미국과 양자회담을 기획했던 국가 정상들의 일정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았단 입장이다. 또 이미 양국의 실무 라인에서 계속됐던 협의를 정상이 만나 확인하는 절차였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미국 백악관도 홈페이지에 양 정상 간 회동 결과를 공식발표한 만큼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IRA, 통화스와프 문제에 대한 진전된 협력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짧은 시간에 설득작업이 이뤄졌으리라 보긴 어렵다"며 "바이든의 일정이 하루 줄었으면 풀어사이드(약식회담)로 5분이라도 앉아서 얘기하는 그림을 만들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미국 의회를 향해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野, 외교라인 무능 비판…"지나친 외교 정쟁화는 삼가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09.22. /사진=뉴시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새 정부 외교라인의 준비 부족과 전략 부재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인터뷰에서 "대통령 스스로 가서 혹을 떼고 오지는 못할망정 혹을 붙이고 온 것"이라며 "대통령의 막말로 또 외교 사고가 일어났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3선 중진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빈손외교, 굴욕외교, 거기에 욕설외교, 비하외교까지 윤석열식 외교의 모습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고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여권에선 논란의 확산을 막으려는 듯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세한 발언 내용과 경위에 대해 전후 사정을 파악 중"이라며 "아직은 전후 사정을 파악 중이라 말을 드리기 이른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유승민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정말 X팔린 건 국민들이다.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라고 지적하자 김기현 의원이 "이런 자극적 표현은 결과적으로 자기 얼굴에 침뱉기일 뿐이다. 지금은 국제무대에 국가를 대표해 출전 중인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응원이 먼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재묵 교수는 "이번 순방에서 다소 실수가 나왔지만 외교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교는 총체적 국익과 관련된 만큼 야당도 외교 이슈의 정쟁화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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