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펠로시 안 보고 연극 봤다" 지적에…"국익 고려…휴가 일정은 별개"

[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방한 중인 '미국 의전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을 놓고 논란이 뜨거웠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전날 대학로에서 연극 관람에 나선 것을 결부시키며 문제를 삼았다. 우리 국회 측에서 펠로시 의장의 공항 의전에 나서지 않은 것을 놓고도 '홀대론'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일관됐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기로 한 것은 휴가 기간과 겹쳤기 때문이란 것이다. 다만 눈여겨 볼 점은 대통령실에서 '국익에 대한 총체적 고려'란 언급이 나왔다는 점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중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전화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만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펠로시 의장 방한 일정이 대통령 휴가 일정과 겹쳤기 때문에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한때 양측간 만남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양측간 회동) 조율도 오가지 않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최 수석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 외교 관계나 역내 정세를 다 감안해서 결정했다는 것인가'란 질문엔 "제가 최대한 압축해 말씀드린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한 해석은 언론의 영역일 것"이라며 사실상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미국이 한국과 대만, 일본이 참여하는 칩4(반도체 공급 동맹)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만을 방문한 직후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고 적절한지 등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식적으로는 양측의 만남이 불발된 이유로 윤 대통령의 '휴가'가 제시됐지만, 한미간 이런 상황에 대한 상호 양해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국가안보실은 가족과의 휴가를 중시하는 미측에서 윤 대통령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으며, 이날 아침 전화통화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한미동맹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보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약 2주 전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방문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 면담이 가능한지 전달이 왔다"며 "그때 지방휴가 계획을 확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에 꼭 오셔야 하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또 "펠로시 의장도 전화통화에서 미국도 그렇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얘기하면서 '가족이 먼저다(Family is first)' 이렇게 몇 번이나 강조했다. 면담이 없는 걸 충분히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담이 없을 것이란 것은 이미 상대방(미측)도 알고 동아시아 순방에 나섰는데 그 이후에 좀 아쉬우니 다시 만나자고 하는 것은 프로토콜상으로도 결례"라며 "전화로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고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고 흔쾌히 펠로시 의장이 기쁘다며 같이 온 모든 사람과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해서 긴 통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국을 적시해 묻는 질문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2주 전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고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약 일주일 뒤에 결정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영범 홍보수석이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면접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은 야당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중국 의식했다고 말할 수 없어서 휴가때문에 못 만난다고 하니, 결례는 되레 더 커졌다"며 "미국 하원의장이 오면 휴가를 미루거나 휴가 중에 잠깐이라도 만나는 것이 상식적인 일 아니냐"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한 당의 공세가 계속되자 "미·중 갈등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는 측면의 고려라면, 비판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서 윤 대통령이 꼭 만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나면 좋지만 안 만났고, 그래서 한미 동맹에 균열이 오는 것처럼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심각한 정쟁의 내용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만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민주당 인사들의 과도한 비난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만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이미 2주 전 일이기 때문에, 이것을 여름휴가 중인 윤 대통령의 연극 관람 등 개인 일정과 결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외교 일정과 휴가 일정은 전혀 별개이며 휴가 때 연극을 보고 연극인들을 격려하는 것은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최 수석은 "휴가 중인 대통령 일정 하나하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어제 연극을 관람하신 것은 아시다시피 경제난, 또 코로나 장기화로 공연예술인들이 어려움을 장기간 겪어왔기 때문에 이분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뜻이 담긴 일정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배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극 관람 후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하며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경청한 뒤 배우들을 격려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8.03.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 첫 외부행보였던 3일 대학로 연극 관람엔 소수의 경호인력만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실도 SNS(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사태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주말에 이뤄진 광장시장과 백화점 방문 등 깜짝 나들이처럼 대통령실에서 사전에 기획한 일정이 아닌 즉흥적인 일정이었단 얘기다.

다만 이같은 선택이 불필요한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엔 여러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연장선상에서 공개행보를 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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