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도발·도발→직접적 도발…軍 '문법 연쇄이동', 왜

[the300]

통합방위법 제2조(정의)에 나온 '도발'과 '위협'의 정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1일 우리 군의 즉각 대응 기준으로 제시한 북한의 '직접적 도발'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표현으로 파악됐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대남 공격에 한해 규정했던 '도발'에 해당한다. 이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이라고 전임자인 서 전 장관(위협으로 규정)보다 한단계 높은 수위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무력시위 관련 용어가 연쇄 이동한 셈이다.


위협→도발, 도발→직접적 도발 '문법 연쇄이동'


문재인 정부가 '위협'으로 규정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도발'로 격상되고, 문재인 정부의 '도발'은 윤석열 정부에서 '직접적 도발'로 차별화해 부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윤석열 정부 때 '도발'로 규정하더라도 우리 군이 해당 행위와 관련한 선제타격·요격에 돌입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우리도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면서 지난 25일 진행된 조선인민군창건 90주년 계기 열병식은 "강국의 존엄과 위상, 휘황한 미래를 펼쳐보인 위대한 사변"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선보인 무기체계 중 하나인 '화성-8형' 극초음속미사일.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국방부는 이날 전군 주요 직위자 회의에 참석한 이 장관이 지시 내용으로 "북한이 직접적 도발을 자행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휴전선에서 국군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등 우리나라가 공격을 받는 상황을 상정한 지시로 알려졌다.

'직접적 도발'은 이 장관이 장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으로터 북측의 각종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보는지 서면 질의를 받고 내놓은 답변서에도 실려 있다. 이 장관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입장과 같이 도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우리 국민 또는 영역에 대한 '직접적 도발'은 즉각적인 대응이 수반돼야 한다"고 답했다.


통합방위법상 도발·위협 따져보니


(서울=뉴스1)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2022.5.11/뉴스1
이는 서 전 장관 재임기 국방부가 북측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도발 대신 '위협'이란 표현을 써 왔던 것과 대비된다. 서 전 장관은 우리나라 통합방위법 조문에 '도발'이 '적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로 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북한의 미사일 방향이 우리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건 반드시 도발로 성격을 정할 것"(1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 전 장관 재임기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언급했던 '위협'은 통합방위법상 '대한민국을 침투·도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의 침투·도발 능력과 기도(企圖)가 드러난 상태'다. 위협이 도발을 감행하기 전 예비적 단계로 규정된 셈이다.

하지만 3·9 대선을 앞두면서 국민의힘 측은 문재인 정부가 북측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북한 눈치보기'라는 정치적 공세를 가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8월 29일에는 합동참모본부가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북측의 탄도미사일을 겨냥해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북측 미사일을 도발로 규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문재인 정부가 도발 표현과 거리를 둔 것이다.


이종섭 '전술적 도발' 언급도…무력충돌 염두에 둔 듯



(철원=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기인 2021년12월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손식 육군 3사단장(오른쪽)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2021.12.20/뉴스1
이 장관도 통합방위법 조문을 언급했지만 도발을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서면 답변서에서 "도발은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되며, 일반적으로는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정의하기도 한다"고 한 것이다. 이 장관은 도발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근거로는 미국 의회 조사국(CRS)의 북한 관련 보고서를 언급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전술적 도발'이라는 표현도 썼다. 취임식에서 "북한이 전술적 도발을 자행한다면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토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전술적 도발이 통상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도발을 언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지도발 등 무력 충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핵 투발 수단 시험발사는 전략적 도발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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