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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거시 경제가 흔들리면 미시적인 것도 다 흔들립니다. 금리를 통해 거시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피부로 못 느끼더라도 제일 중요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물가 안정 및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 등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실상 추가 인상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는 "물가안정책이 인기가 없어도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는 데 전념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및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 정책이 이 후보자가 강조한 물가 안정과 서로 부딪힌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 후보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면 한국은행이 (정부와) 같이 얘기해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시그널 미리 주지 않으면 기대 인플레이션 우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안타깝지만 금리로 시그널(신호)을 미리 주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리)이 올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계청이 이달 5일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4.1%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12월 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특히 이 후보자는 이날 한국은행법을 근거로 물가 안정이 한은의 최우선 정책 목표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국은행법 1조에는 이 법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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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비와 배달료 인상,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외식 물가가 1년 새 6.6% 상승했다. 햄버거와 김밥, 짜장면 등을 포함해 39개 외식 조사 품목의 물가가 모두 상승했다. 이달 10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6.6% 올랐으며 이는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상승폭이 큰 것이다. 10일 서울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식당가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성장보다 물가 더 우려스러운 상황"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 결정처럼 오늘까지 데이터를 보면 물가가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정일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금리와 관련해선 4월 금융위는 성장보다 물가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기준 금리를) 올렸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린 연 1.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1.5%가 된 것은 201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등을 고려해 2020년 5월부터 연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15개월만에 종료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올해 1월, 전날까지 4차례에 걸쳐 0.25%p씩 금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이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나 여러 불확실성을 보고 있다"며 "5, 6월 결정에 있어선 그때 데이터를 보고 성장과 물가의 양자를 조율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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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반상승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거래일 대비 25.68(0.95%) 오른 2718.89를 나타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빚투' 개인투자자 부담 가능성…그러나 거시경제 흔들리면 다 흔들려"
이 후보자는 또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가 하락과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부담 증가에 대한 질의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금리 인상이 개인투자자 및 저소득층, 중소기업 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거시 경제가 흔들리면 미시적인 것들이 다 흔들린다"며 "금리를 통해 거시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피부로 못 느끼더라도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TV완화-물가안정 엇박자?…이창용 "정부안 발표 후 조율할 것"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이 후보자 입장과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한은 총재 후보자로서 정부와 조율이 고민스러울 것 같다. 엇박자인가"라는 고용진 민주당 의원 질의에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면 한국은행이 (정부와) 같이 얘기해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LTV 한도를 최대 80%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을 발표해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들로부터 기대를 모았다. 주택 구입 여부와 관계없이 LTV를 일률적으로 70%로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새 정부가 대선 기간 발표한 정책과 물가 안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후보자는 "말씀하신 많은 문제들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구체적인 말씀은 어렵다"면서도 "한은 입장에선 (새 정부의) 안이 다 짜여진 다음에 정부와 거시적 경제 영향을 놓고 (통화정책 관련)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COVID-19) 피해 지원 및 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경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추경 편성 총량이 커 거시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주면 당연히 정책당국과 얘기해 어떻게 (물가를) 조절할지 한은도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추경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으로 불가피한 선별적 보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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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