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준석과 전장연…무엇에 분노할 것인가

[the3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립이 첨예하다. 이 대표가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비판했다가 '약자 혐오'란 역풍에 직면하자 선량한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온당하냐고 재반박하는 식의 논쟁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명료하다. 장애인의 이동권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불편을 겪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윤석열 당선인의 저상버스 확대 공약을 만들었다며 문제는 전장연의 잘못된 시위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소수자가 절대 선(善)은 아니라며 소수자의 문제를 말하지 못하게 틀어막고 성역화하는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장애인의 이동권은 중요한가? 그렇다. 시민들의 출근길 이동권은 중요한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 둘이 부딪혔을 때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각자 처한 입장과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정답은 없다. 사회에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해관계 충돌이 많고 이를 중재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이 대표는 둘의 권리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전장연을 비판한다. 시민들의 이동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시위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맥락과 이유는 고민해봤을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동권, 교통권은 애초에 동등하지 않다. 많은 이들은 이 사실을 알고 안타까움을 느껴 때로 장애인들 시위로 출근시간이 늦어져도 불편을 감수해왔다.

이 대표는 비장애인 편에 섰다. 일주일간 20개가 넘는 글을 올리며 화력을 올렸다. 이 대표의 SNS와 기사에 동조하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전장연의 시위로 단 한 번의 불편도 겪지 않은 이들도 전장연을 향한 분노에 동참한다. 분노는 분노를 낳는다. 이슈 메이커인 이 대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대표 판단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다만 이 대표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떨까. 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아직 보장되지 못했는지 분노했다면? 마이클 샌델은 '왜 도덕인가'에서 "올바르게 시행된 정치는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되돌아보고 그것이 올바른지 판단한 후 수정하도록 이끈다"고 했다. 정치는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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