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끝'이 다시 '시작'이 되려면...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채이배, 배재정, 김태진 위원, 윤호중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2022.3.14/뉴스1

"국민과 당원을 믿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마음가짐을 갖겠다고 했다.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온다. 많은 의원들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올리고 당원들을 위로한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렇지 실상은 다르다. 대선이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민주당 내부에선 여전히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승부를 가른 24만7077표, 역대 최소 표 차이를 아쉬워하면서다.

특히 정권교체 여론이 50%가 넘었던 상황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서로 다독인다. 일부 극성스러운 지지자들은 "졌지만 우리가 이긴 것"이라며 진영논리로 재해석한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집단적 '정신승리'일 뿐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막는 위험한 발상이다. 아직도 위기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안일한 태도다. 이런 분위기가 남아있다는 건 대선 패배에 대한 당내 수습이 아직 안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여기서 곱씹어봐야할 건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얻은 1614만7738표(47.83%)는 향후 선거와 큰 상관이 없다는거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받은 표를 바탕으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앙갚음하겠단 입장이지만, 이번 지지 세력이 그때까지 남아있을진 의문이다. 오히려 대선을 이긴 국민의힘이 승리의 바람을 타고 유리한 지형을 차지할 수 있다.

분명한 건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 여론에 대항할 어젠다를 만들지 못했다는거다. 선거 전반을 장악할 민주당만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이 당장 해야할 일은 "아깝게 졌다"고 서로 위로할 게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왜 졌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는거다. 지지 확장 요인과 한계를 함께 살피고, 잘못한 부분은 솔직하게 평가해 다음 선거의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50% 이상을 얻지 못한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직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외부 환경에 패배의 책임을 전가해선 안된다. 그런 요인들을 강화시켜 준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부족함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부동산 폭등과 조국 사태, 성추행 사건, 윤미향 사건, 위성정당 사태 등으로 민주당이 추구했던 여러 가치들이 훼손된 사례가 차고 넘친다. 또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내부 문화 탓에 진영 논리로 덮인 민주당은 더는 개혁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정당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이 아무 이유없이 민주당을 '내로남불'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모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은 반성과 성찰에서 시작된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실력이 부족해 패배했다고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는 게 우선이다.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정권을 빼앗긴다는 평범한 진리도 받아들여야한다. 그래야 '끝'이 비로소 '시작'이 될 수 있고 다음 선거를 기대할 수 있다.



관련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