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30 여성들이 "우리 여기 있다" 외쳤다

[the300]

"여가부 폐지 등에 대한 2030 여성들의 '우려'가 2030 남성의 '분노'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대 대선 하루 전날 한 정치 평론가는 이같이 평했다. 부동층인 젊은 여성들의 표심을 예측하면서다. 선거 막판 이재명 후보가 적극적으로 여심에 구애한 터였다. 이 평론가는 젊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 정책에 분노를 느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반면 윤 후보의 반여성 정책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감정은 '우려'에 머문다고 봤다. 그는 덧붙였다. "윤석열에 대한 비호감이 이재명보다 월등히 높지도 않지 않느냐."

틀렸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2030 여성들의 감정은 우려를 넘어 공포에 가까웠음이 드러났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의 58.0%가 이 후보, 33.8%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30대 여성의 49.7%가 이 후보, 43.8%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 대비 20대 여성의 두 후보 지지도 격차는 2배 이상 벌어졌다. 30대 여성의 지지도는 순위가 뒤집혔다.

기자도 대선에 임박해 징후를 느꼈다. "샤이 이재명, 크라잉 이재명, 울며 겨자먹기 재명 등 많다. '윤석열 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가 주변 민심이다."(27·여) "윤석열 절대 싫다. 안철수 괜찮았는데 윤석열 손잡고 싫어졌다. 이재명은 윤석열 다음으로 싫은데 윤석열 되면 나라 떠야 할 것 같아 일단 뽑는다."(25·여) 대선 전날 20대 여성들의 실제 목소리다. '여성의 날'에 윤 후보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부인하자 주변 30대 여성들까지 움직였다.

이 후보의 전력을 논하며 젊은 여성들의 선택을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최소한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했다. 선거전략이었을지언정 여성을 의식했다. 국민의힘은 여성 유권자를 거의 없는 사람 취급했다는 평가다. 이준석 대표는 선거 전날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이 후보에 대한 여성의 투표 의향을 끌어올렸단 것을. 존재를 무시당한 유권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를 드러내는 건 당연하다. "우리 여기 있다, 우리 얘기도 들으라"는 생존의 외침이다. 지방선거가 이제 79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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